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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17일
가을밤은 깊어가고, 답답한 마음 삭이며 앉아 있다.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 건지 그 경계에 바로 서 있다. 분명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열에 열은 내 탓을 할 게다. 그렇게 보인다. 내 운산과 목표는 지금과는 맞지 않지. 보이는 게 전부인 세상이지 않나. 내 액면은 보잘 것 없는 게 사실이고. 현재가 나를 규정하고 있다. 슬프지만 진실이다.
오래 전 후배가 나에게 이준익의 〈즐거운 인생〉을 한번 보라고 권했다. 내 생각 많이 났다고. 할 일 많고, 내일의 부담이 컸건만 이대로 자버리면 영원히 못 일어날 것 같아, 김빠진 맥주를 갖다 놓고 영화를 어찌 어찌 봤다. 영화 보는 내내 슬픈 욕지기가 계속 나왔다. 시발, 어쩜 그리도 영화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그리 못났을까. 이건 영화일 뿐이라고, 리얼리티는 다르다고 나에게 말했지만 느낌이 같은 걸 어떡하누. 지금의 나랑, 미래의 나랑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마누라지. 김빠진 맥주는 금방 비워졌고, 얼마 없는 돈으로 맥주를 더 사와 아껴먹으며 영화를 끝까지 봤다. 그냥 지금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픽션의 「내게 돌아와」도 찾아 듣고, 〈즐거운 인생〉에 삽입된 노래들도 듣고, 〈라디오 스타〉의 주제가도 듣고 계속 청승을 떤다. 막 울고 싶은 거 있지. 그러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다. “시발 안 해, 아빠 같은 것도 안하고, 남편도 안하고, 아들 같은 것도 안 할래. 엿같은 시민운동 이런 것도 안 해.” 그러고 싶다. 그러고 싶은 밤이다. 한번만이라도 그러고 싶은 밤이다. 내가 나를 철저히 부정하고 싶은 밤이다. 2008년 09월 16일
![]() Good Bye Richard Willam Wright(1943 - 2008) 명절 기간의 피곤함을 안고 핑크 플로이드의 『The Animals』앨범을 자장가 삼았다. 잠에서 일어나니 비보가 날아왔다. 핑크 플로이드 음악에 신비함을 입혔던 릭 라이트가 암으로 하늘 갔다 한다. 어처구니없는 실소가 나왔다. 염원했던 핑크 플로이드의 재결합 앨범을 이제 영원히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올해 많은 죽음이 있었지만 이영훈, 김창익에 이어 세 번째로 가슴 아픈 죽음이다. 추모가로 핑크 플로이드의 『Ummagumma』를 듣고 있다. 망설였던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세트를 사야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2008년 09월 16일
명절을 앞두고 모 라디오 프로에서 추석기간동안 방송을 해달라는 섭외가 들어왔다. 귀향길, 집으로, 추석, 달, 어린 시절 등에 대한 추억과 음악 이야기를 버무려 얘기를 해 달라 했다.
한번 즈음 라디오에서 DJ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봤다. 거절 없이 한 번에 승낙했다. PD를 만나 음악을 선곡하고 게스트로 출연해 MC와 함께 4일간 1시간 씩 라디오를 진행했다. 예전에도 몇 번 방송을 했지만 단체 일 때문이었지, 사적인 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이고, 좋아하는 음악 얘기니 부담 없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방송은 힘들었고, 준비 때문에 명절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4일 내내 긴장 속에 살았지만 음악 방송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버벅거렸고, 미처 준비한 말을 못하고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방송을 모니터 하며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은 아내에게 감사를, 방송 선곡에 동참하며 덧글을 주신 블로거 분들에게 머리 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