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rian님에게 : 때늦은 2015년 인사 살아간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인사글을 쓴다는 것이 정부의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보고 며칠 동안 속상해 아무 것도 쓰지 못했습니다. 항상 애정 가져주시는 데 죄송합니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100장이 넘는 음반을 구매했고,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음악도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음반 구매에 있어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대중음악 앨범은 한없이 줄어들고, 클래식 음반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말러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끊임없이 탐했습니다. 5번 교향곡은 세어 보니 아홉 장이나 되더군요. 말러 해석자 중 불레즈의 지휘가 가장 와 닿았습니다. 감정 없지만, 그 건조함과 명징함이 오히려 더 세밀하게 말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명훈이 지휘한 5번, 9번도 즐겁게 들었습니다.

말러 이외에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양쪽에서 클래식 세계의 수문장 역할을 해줬습니다. 아직은 실내악이나 협주곡보다는 교향곡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슈베르트와 브루크너의 교향곡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 특히 페라이어가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이 너무 좋더군요. 12월 전후에는 슈베르트 즉흥곡만 한없이 들었습니다.

최근 2년 세 클래식만 듣고 있습니다. 재즈 음반도 평균적으로 구입하고, 간간히 우리 음악과 영미 락을 듣지만 그전만큼의 애정을 쏟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장르에 구애 없이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무언가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야한다는 관습에서 벗어나 음악에만 골몰하니 너무 사랑스럽더군요.

2015년 블로그를 만든 지 꼭 10년이 됐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세상살이가 한없이 두렵지만 음악이 있어 덜 외롭고, 용기낼 수 있었습니다.

2016년에도 음악과 계속 사랑을 나누려고 합니다. 블로그 관련해서는 어떤 약속도 드릴 수 없습니다(이래놔야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애정이 식은 건 아니라는 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hohorian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 감사합니다. 새해 가정 내 안녕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종종 안부 묻겠습니다.

덧글

  • 다음엇지 2016/01/04 19:05 # 답글

    적조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 음반수집가 2016/01/05 18:31 #

    초창기 블로그 친구들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살다보면 같이 웃을 날이 오겠죠.

    새해 평온하시고, 바램이 있다면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hohorian 2016/01/19 12:59 # 답글


    음반수집가님에게: 좀 늦은 2016년 답신

    음반수집가님 안녕하세요.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음반수집가님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관휘와 서휘는 많이 컸겠습니다.
    작년 제가 가장 많이 본 사진은 단연코 아래의 폴 매카트니 만세 사진일겁니다.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오니 많이 반갑습니다.

    연초에 저에게 주신 안부 글을 보았습니다. 이런 개인블로그에 제 이름이 콕 집어 제목에 적혀 있으니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음악친구의 안부 편지를 받았으니 답장을 해야 하는데, 연초에 몇가지 직장과 관련한 일들 때문에 편지 쓸 마음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충 형식적인 답장을 쓰고 싶진 않았구요. 답신이 늦은 점 이해해 주세요.

    말러와 많이 친해지셨네요. 2014년초 즈음 댓글에서 말러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릴듯 하다고 하셨는데, 친화력 좋으시네요. 저는, 두어번 고백한 것 같습니다만, 말러에게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감정이 시시때때로 돌변하니 변덕쟁이나 삐지기 대장처럼 느껴져서 정을 붙이기가 힘드네요. 말러의 상처를 이해하게 될 때 그의 목소리가 들릴거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친해지겠지 하고 있습니다.
    멜로디는 아름다우나 지루하다는 슈베르트 교향곡, 했던말 자꾸하는 소심한 브루크너 교향곡까지 레파토리를 넓히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말러, 슈베르트, 브루크너 교향곡은 저는 아직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 감상 가이드를 주셨으면 합니다.

    음반수집가님, 지난 2015년은 저에게 음악감상 침체기였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신해철의 죽음과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음악이 예전처럼 좋지 않습니다. 음악을 찾는 절대적인 시간도 줄었고, 듣고 있어도 그리 좋다거나 즐겁다는 느낌이 예전만 못합니다. 한 해 동안 구입한 음반의 양도 많이 줄었습니다. 몇몇 재즈음반과 구성이 좋은 클래식 박스반을 간혹 사긴 했지만요.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면서 즐기기보다는 공부하려는 자세로 다가선 것이 피로감을 가져온 것인가 혼자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알게 된 장르라 빨리 남들처럼 많은 곡을 들어야겠다는 조바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음악이 즐겁게 되겠지요. 30년 동안 음악에서 위로를 찾던 사람이 뭐 어디 가겠어요. 다시 음악이 제 마음을 쓰다듬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사람은 달라지지 않나봅니다. 음반 수집이 줄어든 작년 동안 저는 연필에 꽂혀 연필을 수집했습니다. 흑연이 종이에 닿아 만들어내는 사각사각 소리와 나무냄새, 점점 줄어들어 변해가는 모양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이 연필, 저 연필 모으다보니 이 동네도 참 재미납니다. 네이버 카페 <연필의 클래식>이라는 동네에는 지금도 연필을 화제 삼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혹, 음반수집가님도 연필에 관심 있으시면(또는, 생기시면) 말씀하세요. 몇몇 연필들을 나누어 드릴께요.

    올 한해에도 음악에서 많은 위로와 즐거움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어느 순간 다시 음악이 저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길 기다립니다. 자주 안부를 나누지 못하지만 어느 곳에서 열심히 음악을 찾은 음악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hohorian드림


  • 음반수집가 2016/01/20 13:14 #

    감사합니다.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더욱 기쁘시길~~
    저는 만년필을 사랑하는데, 연필 관심가면 꼭 말씀 드릴께요.
  • SONYLOVE 2017/02/16 23:25 # 삭제 답글

    오래전에 자주 뵈었던 블로그인거 같은데.. 이글루스로 옮겨가셨군요.
    다시 보니 반갑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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