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몇 편 : 황병기, 어떤날, 롤링 스톤즈 2013~2016 음악일기


폭설 내리는 날
폭설 내리는 날은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난다. 인생의 10대 재미라는 차트가 있으면 “폭설 내리는 날, 이불 뒤집어쓰고 추리 소설 읽기”를 꼭 넣고 싶다. 폭설 내리는 고요한 밤, 책 한 권 집어 들고 황병기의 『춘설』을 듣는다. 모처럼 욕망 없는 평화가 엄습한다. 가야금처럼 원없이 잘 수 있을 것 같다.

탐욕
일주일을 운산하니 내 의지대로 사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떤날을 그토록 듣고 싶었건만, 음악 듣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12월의 어느 날, 드디어 어떤날을 들었다. 원수 갚듯이, 사흘 굶은 것처럼 듣고 또 들었다. 이들의 고요한 절창이 사람을 헤집는다. 어떤날의 빛났던 순간만큼은 시간마저도 어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롤링 스톤즈
책상에서 멍할 때가 있다. 습관적으로 CD 한 장 꺼내 재생한다. 음반을 보니 롤링 스톤즈의 데뷔 앨범이다. 사람이 혼이 빠지면 가장 친숙한 걸 찾는구나. 엄마 자궁처럼 할 말 없이 익숙하다. 이들의 신보가 나올 때가 됐는데, 소식이 없다. 나이 70이 된 이들은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흔이면 조로하는 한국의 토양이 안타깝다.




덧글

  • 빛의제일 2014/12/13 20:50 # 답글

    몇 해 전 눈 내리는 날, 진짜로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대나무밭에 눈 내리는 소리 들으며 차가운 술 한 잔 한 것이 참 좋았습니다.
    아래 포스트에 달 덧글인데, 여기 들르면서 저도 적지만 시디를 사는데 공간이 부족합니다. ;)
  • 음반수집가 2014/12/15 15:36 #

    1. 눈 내리는 날 대밭에서 술 먹는 기분을 어떨까요. 그 재미도 인생 10대 재미안에 넣어도 될 것 같네요.

    2. 공간 부족에 심한 책임을 느낍니다.

    3.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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