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클래식책 1 음악이야기

클래식 책에 대한 독후감이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나눠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그저 장르 구분 정도로 의미 부여한다.

노먼 레브레히트, 장호연 옮김,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 불멸의 음반 100 최악의 음반 20』(마티, 2009)
생각보다 오래 붙잡고 읽었다. 출간 됐을 당시, 제목은 흥미를 끌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클래식의 야사가 볼만 하다. 결국 클래식의 치욕스런 죽음 또한 대중음악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읽기가 버거웠지만 많이 배우다. 인용 거리와 지적 축적물이 많았다.

78쪽 “1955년 11월, 경쟁사인 RCA가 선(Sun) 레코드사에 3만 5,000달러 주고 엘비스 프레슬리를 넘겨받았고, 추가로 5,000달러에 그의 매너저까지 영입했다. 6주 후 막 스물한 살이 된 엘비스는 내시빌의 한 스튜디어에서 ‘핫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을 노래했다. 이 음반은 3주 만에 무려 30만 장이 팔렸고 봄까지 100만 장을 돌파했다. 1956년 말까지 엘비스는 미국에서만 총 2,2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음반과 관련 상품을 팔아치웠고, 이는 클래식 전체 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의 기록을 볼 수 있는 문구로 클래식 시장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104쪽 “조지 마틴은 ‘예스터데이'(Yesterday)의 반주를 현악 4중주단에게 맡기고,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포 노 원(For No One)을 위해 로열 필하모닉의 호른 주자 앨런 시빌을 끌어들이는 등 클래식 자원을 활용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비틀스는 동료 팝 가수들의 세계와 차츰 멀어졌다. 마틴은 애비로드에 4트랙 레코딩 장비를 들여와 비틀스의 한 곡을 작업하는 데 사흘을 보냈는데, 이 정도 기간이면 다른 그룹들은 앨범 전체를 녹음할 수 있었다.”

비틀즈의 당시 차별성.

152쪽 “록 음악을 뒤흔든 게 약물이었다면 클래식의 위안거리는 술이었다.”

클래식 음반이 대중음악에게 밀리는 현상을 빗댄 말. 묘사가 좋다.

168~169쪽 소니의 돈 자랑은 다른 레이블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자들 특유의 허세로 가득한 알랭 르비는 자신의 레이블이 더 많은 돈을 써서 전쟁에서 이기도록 독려했다. 수요의 증가가 눈에 띄지 않는데도 메이저 레이블이 해마다 발매하는 음반의 숫자가 세 자릿수로 증가했다. 한편 수집자들은 옛날의 LP를 CD로 대체하는 일을 마쳐 더 이상 CD를 구입하지 않았다. “미국의 평균적인 음악 애호가들이 보유한 LP는 100장 정도였습니다.” 한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1980년대가 되자 사람들이 한 해에 8장에서 10장 정도의 CD를 구입해 과거 음반을 대체했고, 1990년대 초가 되면 서너 장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 음반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CD가 등장하기 전에 클래식이 전체 음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퍼센트 정도였습니다. 1987년이 되면 두 배로 치솟아 12퍼센트에 이르렀고, 1990년 초에는 다시 6퍼센트로 곤두박질했습니다.

클래식 음반을 CD로 재구입한 절정기는 1987년, 이후 다시 하락했다는 증언.

211~212쪽 “100년의 음악 역사가 음반에 기록되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테지만, 이미 대단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는 작품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했고, 예술가들이야 새로운 시각을 계속해서 찾으려 하겠지만 클래식 음반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데 합의했다.”

20세기 음반의 출현으로 인해 음악 산업이 발전했지만, 결국 음반의 대량화 된 자기 복제와 음원의 출현은 사람들이 더 이상 음반을 사지 않게 만들었다. 음반 산업의 문제도 문제지만, 새로운 음악 창작이 필요하다.

박홍규, 『베토벤 평전 : 갈등의 삶, 초월의 예술』(가산출판사, 2003)
박홍규는 이 책을 노동자들이 베토벤을 듣고 즐기게 하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확실히 우리 말 평전이라 읽기에 수월했다. 또한 강헌이 벙커원에서 강의했던 내용들이 반복돼 반복 학습 효과가 있었다.

7쪽 “일제 시대 일본은 물론 조선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은 자주 울려 퍼졌다. 〈영웅〉은 군인 정신으로, 〈운명〉은 팔자 타령으로, 〈전원〉은 초가집 예찬으로, 〈합창〉은 대동아 공영권의 주제가로 연주되었다.”

베토벤 갖다 붙이기, 일제 시대 일본의 베토벤 이용 사례.

24쪽 베토벤은 이미 21살에 “나의 예술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썼듯이 항상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작곡하고자 했고, 그 뒤 30살이 되어서는 자신을 그들과 같은 노동자로 생각했다.

베토벤을 진보적인 사람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이유, 당대 모든 음악가들이 낮게 평가받았고, 음악쟁이에 불과했지만 베토벤은 노동자로 높여 정당한 대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29쪽 “모차르트는 만년에 계몽주의에 기울었지만, 어디까지나 반바지를 입은 궁전의 하인배였다. 하이든도 그랬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미 스무 살 무렵부터 반바지를 벗어 던지고 긴 바지를 입었다. 긴 바지는 프랑스 혁명에서 등장한 하층계급 공화주의자의 상징(이를 프랑스에서 상큐로트라고 한다)이었다.”

베토벤이 기존 음악가와 달랐던 단적인 예.

고규홍, 『베토벤의 가계부 : 클래식과 경제』(마음산책, 2008)
바흐부터 말러까지 서양 고전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연대기를 시대순으로 기술한 책이다. 특이한 건 그들의 음악보다는 그들의 생계에 초점을 맞춰, 음악가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며 사회와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본 책이다. 꽤 재밌다. 목차를 아래 적어둔다. 대략 소제목만 봐도 그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보인다.

모차르트 생계에 무관심한 열정적 로맨티스트
베토벤 구두쇠 생활로 지킨 자존심
파가니니 아들을 위해 돈에 집착한 수전노
로시니 상업주의라는 비난에 시달린 거장
슈베르트 피아노 한 대조차 살 수 없었던 가곡의 왕
베를리오즈 돈과의 씨름으로 점철된 삶
멘델스존 부잣집 도련님의 동화 같은 상상력
쇼팽 피아노 선율로 허기를 달래던 영혼
슈만 법률가의 길을 떨치고 일어선 불멸의 음악혼
리스트 어느 귀부인의 기부가 바꾼 인생
바그너 빚더미에도 아랑곳 않는 낭비벽
베르디 철저한 저작권 관리로 재산을 모은 오페라의 귀재
스메타나 오페라 상연 100회를 기록한 체코의 대표 작곡가
브람스 익명의 기부로 연인을 도운 산타클로스
생상스 프랑스 정부의 지원에 발맞춘 음악가
차이코프스키 한 부인의 후원으로 다시 태어난 예술가
드보르작 고액의 스카우트를 제안받은 인재
푸치니 유산을 한 푼도 내놓지 않은 이기적인 거장
말러 밥벌이를 위해 지휘봉을 놓지 못한 비운의 사나이
드뷔시 가난한 삶을 마친 뒤 지폐 모델로 남은 아이러니
슈트라우스 저작권 보호에 앞장선 열정
쇼스타코비치 정치권력과 음악의 자유 사이에서

조윤범,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살림, 2008)
클래식 연주자로, 클래식 강사로 전방위로 기존 틀을 깨는 예술가(?)다. 명성 그대로 재미있게 글을 꾸몄다. 고전 음악에서 펼쳤던 음악 강의는 현대 음악으로 올수록 사회 참여와 민족 음악의 의의에 방점을 찍는다. 재밌게 읽다.




김성현, 『스마트 클래식 100 : 음악 전문기자가 들려주는 오늘의 클래식 풍경』(아트북스, 2013)
조선일보 기자임에도 김성현의 글을 좋아했다. 이이가 언제부터인지 팝과 록을 버리고 클래식으로 전향해 흥미를 잃었는데, 나 또한 전향하니 만나게 됐다. 클래식 동네의 듣기 힘든 이야기를 정갈하고 편하게 서술했다.

김정환, 『클래식은 내 친구』(웅진지식하우스, 1995/2008)
저자의 개인적인 윤색이 강하다. 청소년 입문서고, 저자가 문학하는 시인이기 때문에 허용된 듯 하다.

서희태, 『베토벤 바이러스 :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MBC프로덕션, 2008)
2008년 MBC에서 방영된 〈베토벤 바러이스〉의 흥행에 힘입어 발행된 책이다. 서희태는 이 드라마의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이제 별 책을 다 읽는다. 〈베토벤 바러이스〉를 볼까 말까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갈증을 해갈하다. 다만,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음악의 아름다움만 있지, 그 외 다른 세상은 없다.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고충보다는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 더 이야기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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