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1번을 듣다 2013~2016 음악일기


예전 한때처럼 술값, 책값, 밥값을 아껴가며 돈이 생기는 족족 클래식 CD를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얼추 30여장을 구입했다. 음반이란 게 100장 정도 모았을 때가 가장 재미있다. 그 후는 권태와 후회와의 싸움이고, 의미부여의 연속이다.

재즈와 클래식을 경원시했던 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비틀즈는 13장, 조용필은 19장이면 끝인데 재즈와 클래식은 전혀 다르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은 백 장을 모아도 살 게 더 많고, 베토벤은 합창만 해도 1,000종이 넘는다.

클래식 전문가인 선배에게 물었다. 요즘 클래식이 너무 좋아 환장하겠어요. 제가 왜 이런가요. 나이 먹어서 그래. 나이라는 게 정직하거든.

2014년 봄, 책무와 관계의 갈등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이미 그물에 걸린 물고기 꼴이다. 꼼짝 못하고 시간이 지날 때까지 견뎌야 한다. 살기 위해 KBS FM 클래식에 본부를 차렸고, 클래식 음반들은 CDP에서 각개 전투를 벌인다. 덕분에 견딜 만 해졌다. 락이든, 재즈든, 클래식이든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한남대 근처에서 술을 먹고 집까지 가려니 차비가 없다. 이럴 때 차비 아껴 산 CD를 활용해야 하지 않나. 음반을 벗 삼아 걷기로 작정하다. 정명훈의 말러 1번을 들으며 집까지 걸어오다. 말러의 교향곡은 영화 OST를 닮았다. 덕분에 과거 십 수 년이 필름처럼 재생된다. 그 시절을 걷고 또 걸으니 어느덧 집이다. 울고 소리 질렀던 시절은 다 사리진 채, 내 머리는 하얗게 새어있었다. 음악처럼 나도 고전이 돼간다.




덧글

  • 빛의제일 2014/03/23 19:59 # 답글

    작년에 피아노 공방 관련 책 한 권 읽고 한동안 클래식 피아노곡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 마흔이 넘으니, 이전에는 밋밋하다고 여겼던 클래식이 조금씩 귀에 들어옵니다.
  • 음반수집가 2014/03/24 15:58 #

    저는 요즘 환장하고 있습니다. ㅠㅠ
  • hohorian 2014/03/24 12:05 # 답글

    그간 모으고 들으신 30여장의 클래식 CD 레파토리가 궁금해집니다. 사진 한번 올려주세요~
  • 음반수집가 2014/03/24 15:59 #

    1. 클래식 들으면서 hohorian님 생각 많이 나더군요. ^^ 저도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2. 주로 베토벤의 작품들과 교향곡 위주로 사서 듣고 있습니다. 레파토리는 창피합니다. ㅠㅠ 언제 사진 올리겠습니다.
  • 바비아 2014/05/01 17:43 # 삭제 답글

    저도 어느사이 고전이 되어가고있습니다,
    음악이 고전이 좋고 사람도 고전적인 사람이 좋아지고
    이를 어찌할까요 . 말러1번 호른주자를 세우는건 말러의 기적 같아요 ^^
  • 음반수집가 2014/06/03 11:37 #

    아바도 말러 전집이 나왔는데...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ㅠ
  • 꿈의대화 2014/05/20 00:38 # 답글

    저는 말러 6번을 좋아합니다.
  • 음반수집가 2014/06/03 11:31 #

    ㅋㅋ~~
    잘 살고 계시죠.

    언제 꼭 봐요. 여러모로 고맙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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