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음악을 증명하다 음악이야기


조용필의 『19집』을 발매 전에 주문했지만 한참 걸려 받았다. 간혹 묵은 음반을 늦게 받긴 했지만 신보의 경우는 드문 경우다. 덕분에 현장의 풍문을 즐기며 조용필을 들으려던 계획이 어긋났다.

4월 말 발매된 조용필의 『19집』은 한 달이 되지 않아 18만장이 팔렸고, 20만장을 넘어설 걸로 보인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이다. 비교 불가지만 음반 판매량으로만 볼 때 빌보드를 즈려 밟은 싸이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10년 만에 『19집』으로 등장한 조용필은 한국대중음악의 갑으로 부활했고, 주류가 된 싸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원투 펀치를 형성했다.

한국 음반시장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에 조용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50만장이 판매된 『14집』을 제외한 그의 90년대 앨범들은 시장에서 밀려났고, 2003년 발매된 『18집』의 판매량은 3만장에 못 미쳤다. 그 시기 조용필은 상업적인 장르의 다양화를 버린 채, 자기 세대를 위한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를 지향했고 공연에 집중한 시기였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 조용필의 신보를 10년 동안 손꼽아 기다렸지만 음악 시장 전체를 뒤흔들지는 몰랐다. 조용필에 대한 열광이 단지 아이돌에 지친 사람들의 반감 때문에, 아니면 음반 발매 한 달 전부터 네이버를 비롯한 각종 포털과 언론 매체의 노출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조용필의 『19집』은 21세기 모던락과 유사하고, 일렉트로닉까지 장르가 확대됐다. 조용필의 근간이 락이고, 90년대 이후 앨범을 통해 이미 보여준 모습이기에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19집』이 전작들과 다른 건 좀 더 노골적이고 집중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류 시장이나 그를 지지했던 세대들에게 낯선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이 장면에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가사 또한 청춘의 그것으로 대중 정서를 어루만졌던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조용필의 새로운 앨범은 모든 세대에게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조용필 말대로 2, 30대는 호기심에 4, 50대는 소장하려고 그의 음반을 사는 것일까. 너무 겸손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용필이라는 컨텐츠 그 자체다. 대중은 역사를 통해 조용필 자체가 음악의 본질이라는 등식을 체득했다. 조용필의 노래라면 의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 조용필의 앨범이라면 사도 아깝지 않다는 믿음은 견고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19집』 발매 전, 내심 30만장이 판매되기를 기원했다. 그래야만 이 땅의 창작자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현실이 된다면 조용필의 후예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조용필의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 낯설고 불편하다. 한 두 번인가. 새삼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처럼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덧글

  • Boris 2013/05/23 00:07 # 답글

    개인적으로 이번 음반은 현재 음악을 듣는 세대에게 손을 내민 정도로 느껴지네요. 조용필 답지는 않았지만 조용필은 뭘해도 그럴듯하게 잘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어떤 평론가가 이적은 최신의 요소들을 어찌 그렇게 평범하게 만들어 버리냐는 비아냥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조용필은 최신의 요소들도 어색하지 않게 만든것 같아요. 그 올드한 목소리톤이 랩과도 나름 잘 어울릴줄은 상상도 못했음. 결론은 조용필 포레버!!
  • 음반수집가 2013/05/23 09:26 #

    글 쓴 그대로 처음에는 낯설었는데요. 들으면 들을수록 인이 박히더군요. 이번 앨범 나쁘지 않습니다.
  • Boris 2013/05/23 00:08 # 답글

    몇달 동안 글을 안쓰셔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습니다.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올해 다시 한번 좋은 리뷰들 잘 부탁드립니다.
  • 음반수집가 2013/05/23 09:26 #

    감사합니다~~ ^^
  • 유투왕빠 2013/05/23 00:23 # 삭제 답글

    20만장이라니...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초대박이네요... 저도 아직은 못구했는데, 필님 디스코그라피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사긴해야하는데, 이상하게 서둘러지진 않고있네요..ㅎㅎ 18집 정말 좋게들었는데, 3만장이하로 팔렷다니,.. 이것도 첨알았습니다...ㅡㅡ;; 조용필이란 이름자체가 음악이란 말 공감입니다...ㅎㅎ
  • 음반수집가 2013/05/23 09:26 #

    1. 초대박입니다. ^^

    2. 18집 판매량에 대한 수치는 좀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네요. 아래 HELLO님에게 답글 단 글 참조해주세요.
  • HELLO 2013/05/23 04:40 # 삭제 답글

    18집은 정확하게 10만장 팔렸는데~~ 그 당시 YPC스텝이 일일이 세어보고 정확하게 알려준 숫자인데 잘못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 음반수집가 2013/05/23 09:30 #

    1.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18집의 수치가 궁금해서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정확한 수치가 없더군요.

    2. 그래서 (사)한국음반산업협회 자료를 참조했습니다. 2003년 당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김건모 5집으로 약 53만장 정도 팔렸고요. 그해 100위안에 조용필의 18집은 없더군요. 참조로 100위는 컴플레이션 앨범 연가 2집으로 2만 8천장 정도 팔렸습니다.

    3. 조용필의 18집이 2003년 9월에 발매된 걸 고려하여, 혹시 2004년 (사)한국음반산업협회 통계에 잡혔을지도 모른다고 봐서 그 자료도 찾아봤는데요.

    4. 2004년에 가장 많이 팔린 국내앨범은 서태지 7집으로 48만장, 100위는 태진아의 동반자로 2만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도 조용필의 18집은 없었습니다.

    5. 3만장이라고 적은 건 2003년, 2004년 100위 앨범의 판매량을 참조하여 추정한 수치입니다.

    6. 통계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용필의 경우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계속 팔리기 때문에 10만장도 가능할 거라 보입니다. ^^

    7. 다만 HELLO님께서는 "YPC스텝이 일일이 세어보고 정확하게 알려준 숫자"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혹시 정확한 출처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자료 말씀해 주시면 도움을 될 것 같습니다.

  • 빛의제일 2013/05/23 22:37 # 답글

    저도 오래만에 인사드립니다.
    에... 이번에는 지름신 펌프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미 샀기 때문입니다. ㅡ_ㅡ
    저는 '말해볼까'와 '널 만나면'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 음반수집가 2013/05/27 23:02 #

    ㅋ~~

    한 곡 빼놓고는 다 들어오더군요. ^^
  • 김갱 2013/05/24 00:07 # 답글

    저는 '걷고싶다'가 너무 좋더라고요. 선우정아 2집과 함께 즐겨듣고 있습니다. ^^
  • 음반수집가 2013/05/27 23:03 #

    오랜만입니다.
    선우정아 확 땡기네요. 찾아보겠습니다.
  • 단골객 2013/05/27 02:19 # 삭제 답글

    해마다 기다리시더니 ㅎㅎㅎ 이제 기다림 거리 큰 거 하나가 없어졌네요 ^^ 저는 수집가님 리뷰를 한달동안 기다렸죠. 재밌잖아요.^^ 같이 기다려왔던거 받아봤을 때 상대는 어떤 느낌인지 들어보는거..
  • 음반수집가 2013/05/27 23:03 #

    ^^ 감사합니다.

    시절이 시절이라 글쓰기가 버겁네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삶이 가벼워 졌으면 좋겠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