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음악책 9 음악이야기

이은미, 『맨발의 디바 :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문학동네, 2012)
뮤지션이 책을 내면 반갑다. 그들의 이면을, 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시련을 이겨낸 성공담 일색이지만 말이다. 다만 항상 대필 의혹을 염두에 둔다. 그들의 책은 전혀 그들의 개성이 보이지 않고 짜낸 공산품의 냄새가 나고, 단지 이야기만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운 이은미라면 대필은 하지 않았겠지, 라며 읽었다. 내 이렇게 삐딱하다. 이 책은 이은미의 가치관에 대해 서술된 책이다. 이은미가 말하는 가수의 조건은 세 가지다. 재능, 노력, 기다림이다. 첫째는 안타까운 현실이고, 둘째는 식상하지만 진실이고, 세 번째 조건은 꽤나 울린다.

106쪽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공연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관객들의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지만, 공연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하루 2회의 공연을 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다. 비싼 대관료와 공연 장비, 홍보 등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한 가수가 하루에 2회에 걸쳐 콘서트를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공연 수지를 맞추려면 한 번에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등에서 공연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좋은 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하루에 공연을 2번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체육관의 한계 지적은 더없이 좋다. 이 책에서 건진 문단이다.

215~216쪽 “무엇보다 프로 음악가에겐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의 재능이 돋보이는 것은 그것을 알아주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살아가면서 사람을 배제하거나 사회를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즈음 ‘소셜테이너Socialtainer' 등의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지만, 타이틀이 무엇이든 예술가는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예술은 진실해야 하고 예술가는 진정성으로 세상을 대해야 한다. 거짓과 싸우고, 옳지 않은 일은 거부해야 한다. 예술가라면 특히 더 아프고 시린 현실에 민감해야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YTN 파업에 동참해 함께 했다고 한다. 애초 이은미에게 반골 기질이 있었다. 주류에 저항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려 했다. 이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박원순 캠프에 참여하는 걸 보면 확실히 확인했다. 다만 이은미의 선의는 이해하지만 그녀 노래 중 사회를 바라보는 노래가 있었던가.

박준석, 『록을 노크하다』(하나울림, 2011)
띠동갑 친구가 쓴 책이다. 정리가 잘 돼 있고, 주관적인 생각이 마음에 든다. 세상에 공유된 정보를 정리하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 책들이 이 작업을 거친다. 록의 다양한 장르가 출현해 익숙했지만, 익스트림 메탈 쪽만은 문외한이라 읽는 걸로만 족했다. 박준석은 직접 밴드(강아지의 보컬 겸 기타)를 해서인지, 기타 리프에 많은 관심을 표했다. 다만, 모든 음악이 훌륭하고 최고라는 자극적인 수사 때문에 이 책에 출현하는 모든 노래와 밴드는 명곡과 명반 아닌 게 없었다. 가장 관심이 많이 갖던 부분은 에필로그 「대한민국 록의 변명」이었다. 생각보다 짧았는데, 인용할 부분은 꽤 있었다. 하나만 남겨 두자.

277쪽 “스스로 록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대중을 보는 시선은 고매하기 짝 없다. 자칭 록 팬들은 사랑타령 일색의 보들보들한 가요 따위나 듣는 사람들을 저급한 취향이라고 조롱한다. 록 밴드라면 FT Island나 CNBLUE 같은 ‘애들’이나 떠올린다며, 록의 진수를 알아보지 못하는 대중들을 깔보기 일쑤다. 이들은 ‘대중의 한심함’에 대한 공통된 경험을 근거로 분노를 표출하고 또 공감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벽을 더욱 견고히 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편협한 태도 때문에 록 음악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

조영남, 이나리, 『쎄시봉 시대 : 쎄시봉 친구들의 음악과 우정 이야기』(민음인, 2011)
조영남의 썰은 도올 김용옥이 연상됐다. 서두에 시작되는 자기 자랑(?)은 독서를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이나리의 글이 좋아 참고 읽었다. 무엇보다 관심사는 김민기에 대한 부분이어서 완독하고 싶었다.

책은 60년대 말 세시봉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김민기, 윤여정, 김성수 신부를 개별적으로 다룬다. 재능 받은 천재들의 이야기였고, 대부분 이들은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윤택했다. 이백천에 개별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도 이종환에 대한 서술은 눈에 띠지 않았다.

조영남의 글발은 여전히 유쾌하고, 이나리는 기자답게 명석하다. 이나리가 이런 단행본을 발매하면 어떨까 싶다. 건진 구절은 없지만, 이장희, 송창식, 김민기의 유년 시절과 그들의 기행을 본 걸로 족한다.

임종수, 『너희가 트로트를 아느냐? : 작곡인생 40년 트로트 야사』(동방의빛, 2011)
임종수는 나훈아의 「고향역」, 「대동강 편지」,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태진아의 「옥경이」를 만든 작곡가다. 이외 더 많다. 「고향역」에 환장하니 안 읽을 수 없었다. 임종수가 인터뷰한 책인데, 인터뷰어는 나와 있지 않다. 에필로그를 보니 아마도 박종도라는 사람이 한 것 같다. 노래를 만든 배경, 가수들에게 곡을 준 사연 등이 나열돼 있다. 특히 나훈아의 「고향역」은 오아시스 레코드를 직접 찾아가 그가 나훈아에게 직접 준 곡인데, 사연이 재밌다. 당시 임종수는 무명이었고 나훈아는 대스타였다. 임종수는 나훈아에게 곡을 주기 위해 무작정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기다렸고, 3개월만에 나훈아를 만나 곡을 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그도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게 된 계기가 됐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에 대한 사연은 슬펐고, 나훈아가 부를 뻔한 「옥경이」가 태진아를 구원한 이야기도 재밌더라. 임종수는 나화랑에게 사사를 받았고,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도 15년 동안 활동했으며, 충청대학교 트로트 학과에 출강을 하고 있다.

마크 리보스키, 정미나 옮김, 『스티비 원더 이야기』(명진출판사, 2011)
명진출판사에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행한 책이라, 스티비 원더의 음악보다는 그의 성공에 관한 서술이 대부분이다. 불행한 가정, 시각 장애, 이를 극복키 위한 엄마와 스티비 원더의 노력, 모타운과의 조우, 흑인이라는 자각, 음악가에서 평화의 전도사로 성장하는 스티비 원더에 대해 순차적으로 서술돼 있다. 60년대 모타운의 활동은 비교적 잘 정리돼 있지만, 정작 70년대 작가로서 명성을 쌓고, 음악적으로 깊어진 시기에 대한 서술은 언급되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가 바로 스티비 원더의 전성기였던 70년대를 엿보기 위해서였는데, 충족되지 못했다.

서경식, 한승동 옮김, 『나의 서양음악 순례』(창비, 2011)
서경식의 에세이는 형식적인 내용을 생략했지만 깊다. 형식적인 내용이라 함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교과서적인 교훈을 말한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그전의 그의 책처럼, 고통의 세월 속에 들었던 음악에 대한 사연이 담겨 있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살기 위해 택한 게 음악과 미술이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도 일어난다. 나도 그러지 않았나.
오랫동안 붙들고 천천히 읽었다. 윤이상과 말러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압권은 「음악은 위험하다」 부분이었다. 음악이 마냥 즐겁고 위로가가 아니라는 증언은 새로운 개안이었다. 이 부분을 더 확장시켜 단행본 한 권을 출간했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다.

윤일상, 『나는 스무 살이다』(대교북스, 2012)
윤일상은 박준희의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인터뷰집을 보며 호감이 갔던 인물이다. 그는 DJ, DOC의 3집, 영턱스 클럽의 「정」, 터보의 「Love Is...」,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김범수의 「보고 싶다」 등 히트곡을 만든 성공한 작곡가다.

다만 윤일상의 생각을 직접 읽으면, 호감이 더할 줄 알았는데, 그의 생각은 편협하고 불편했다. 성공을 위한 열정과 집중력에 대한 강조는 일정 부분 동감하지만 직선적인 그의 화법은 위험해 보였다.

참조 : 윤일상이 생각하는 한국의 10대 음반
1.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2. 들국화, 행진
3. 조용필, 추억 속의 재회
4. 이은미, 소리 위를 걷다 1, 2
5. 서태지, 난 알아요
6. 이문세, 5집
7. 김건모, 20주년 기념 앨범
8. 김광석, 김광석 네 번째
9. 김현식, 5집
10. 김범수, 보고 싶다

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지음, 문신원 옮김,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 낯선 세상에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래하다』(뮤진트리, 2009)
이 책은 프레디 머큐리의 평전, 또는 자선전이 아니다. 공저자인 그레그 브룩스와 사이먼 립턴이 프레디 머큐리가 이곳저곳에서 발언했던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낸 책이다. 깊이는 없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육성이라서 생기가 있다. 참조 자료로는 좋으나 활용도는 떨어질 것 같다.

332~333쪽 “이 책의 편집자들이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곳저곳에서 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인터뷰 내용을 주제별로 모아 놓은 탓에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도 녹녹치 않았다. 퀸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 없이 앞뒤 맥락 없이 편집되어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 둘 정보를 수집하며 작업을 할수록 프레디 머큐리라는 한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점점 뚜렷이 그려졌다. 대단히 자존심 강하고 열정적이었던 반면 콤플렉스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탔던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왠지 그 사람과 그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신원이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한 구절이다.

101쪽 “난 우리의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 노래에 숨겨진 메시지 따윈 없다. 브라이언의 곡 몇 개를 제외하고는, 내 노래들은 빅Big 면도기 광고처럼 흥을 돋우고 현대적인 소비를 촉진한다. 다 쓴 휴지처럼 버릴 수도 있다. 그 노래를 듣고, 좋아하고, 버리고 또 그 다음 것을 틀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일회용 팝인 셈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정의처럼, 그 때문에 퀸의 노래가 좋으면서도 쉽게 물리는가. 거리에서, 오디오에서 들리는 퀸의 노래는 참 좋은데, 막상 자세잡고 들으면 쉽게 물린다.

브랜드스토리, 『K-POP의 고향 동두천』(멋진세상, 2012)
우리 대중음악은 미8군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가요가 아닌 한국 팝의 시작은 미8군에서 시작됐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시발점인 동두천에 대한 이야기다.

동두천이라는 도시를 브랜드 삼아 풀어내 관공서의 안내 책자 같다는 처음 느낌이었지만, 내용은 양질로 채워져 있다. 김홍탁, 신현수, 안치행, 윤항기, 장미화, 현미 등의 인터뷰는 귀한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꼭 한 번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았다.

14~15쪽 “미군이 점차 늘어 가고 미국 스타들의 몸값도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안이 필요했다. 그때 주목받은 것이 바로 한국의 악단들이었다. 즉,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국 대중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배고픈 당시 음악인들에게는 복음이었다. 미8군 무대를 바라보고 수많은 쇼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1950년대 중반 전국의 미군 클럽 수는 264개에 이르렀다. 그리고 각 클럽마다 보통 4~5팀의 전속가수와 밴드가 있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용역 업체들도 생겼다. 지금으로 치면 연예기획사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베니김’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김영순이 설립한 ‘화양흥업’이 최초의 용역업체다. 뒤이어 유니버셜과 아주․삼진․공영․대영 같은 업체들이 줄줄이 섰다. 당시 미군이 한국 연예인들의 쇼 공연단에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120만 달러! 이것은 당시 한국의 연간수출 총액과 맞먹는 액수였다.”

당시를 엿볼 수 있는 통계라 인용해 둔다.

덧글

  • sunjoy 2012/11/07 12:01 # 삭제 답글

    아주 영양가 높은 포스팅을 해주셨네요. 대중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아도 뭐가 읽을만한 건지 혼란스러웠는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한동안 뜸하시더니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군요. ^^
  • 음반수집가 2012/11/08 10:24 #

    열심히 공부하지 못했는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언제 소주 한 잔~~ 해요.
  • sunjoy 2012/11/09 10:38 # 삭제

    그러게 언제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분이신데, 제가 요즘은 건강문제로 알콜섭취를 제한당하고 있네요. ㅠㅠ
    언제고 대전 갈 일 있을 때 한번 연락 드리겠습니다.
  • 음반수집가 2012/11/13 13:14 #

    건강 회복하시고, 대전 오시면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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