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음악책 8 음악이야기

지나간 시간 속에서 책을 읽었다. 예전에 비해 대중음악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집과 도서관, 서점에 사지 못한 책들이 쌓여 있다. 이 정도면 즐거운 비명이다.

비록 무크지지만 대중음악 관련 잡지인 『대중음악 Sounds』도 발간됐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를 수놓은 평론가들도 책을 내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음반까지 많이 팔린다면 좋을 텐데, 시대가 변했다. 어떡하든 가수들도 먹고 살기를... 그래야 책이 만들어지고 공존할 수 있다.

고영탁, 『조지 해리슨 :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삼국지를 읽는 기분, 몇 번 본 영화처럼 세세히 확인하며 읽었다. 비틀즈의 이야기는 다시 봐도 즐거웠지만 「My Sweet Lord」의 법정공방은 여전히 속상했다.

조지 해리슨의 솔로 시절 이야기는 그의 앨범을 찾게 했고, 비틀즈 앤솔로지 부분에서는 그 현장을 지켜본 것처럼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조지 해리슨의 최후 부분은 눈물이 나더라. 고영탁은 조지 해리슨의 크리슈나 신앙생활에 대해 전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차별성일 것이다. 공이 많이 들어간 게 보인다. 편안했지만, 슬프게 읽었다.


배철수․배순탁 공저, 남무성․양동문 그림, 『레전드: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예담, 2010)
2년에 걸쳐 야금야금 완독했다. 배철수는 얼굴 마담이고, 진정한 필자는 음악캠프 구성작가 배순탁이다. 그의 글은 임진모를 닮았고, 일관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배철수의 해석이 신선했다.

로버트 힐번, 이헌석․ 이상목 공역, 『존 레넌과 함께 콘플레이크를』(돋을새김, 2011)
외국 팝칼럼니스트의 책이 국내에 번역된 적이 있나 싶다. 대중음악이라 하더라도 학술서적의 번역이었지, 이 책처럼 현장 전문가의 글은 전무했다. 로버트 힐번은 40년 동안 로큰롤 기사만 쓴 전문 팝 칼럼니스트고, 그쪽 계통에서는 전설이라고 한다.

기대치보다 로버트 힐번의 필력은 평범했지만 담백하고 검소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세는 있는 그대로 읽혔다.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논, 브루스 스프링스턴, 밥 딜런, 보노(U2)가 주를 이루고 커트 코베인, 마이클 잭슨, 잭 화이트가 출몰한다. 결국 그쪽이나 우리나라나 사정은 매한가지, 음반은 팔리지 않고, 아이돌과 서바이벌이 음악 시장을 점령했다. 저자는 음악의 힘을 믿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가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65~66쪽 “최고의 음악은 팬들의 갈망을 만족시키는 것뿐 아니라 뮤지션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니스(조플린)의 삶은 음악이 뮤지션의 인생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교훈은 오늘날에도 통한다. 엘비스와 비틀스가 등장하기 전의 주류 팝 음악들에서는 진정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페리 코모, 패티 페이지를 비롯한 당시의 가수들은 배우들이 연기하듯 노래를 불렀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남아있어서 프로듀서들은 대주음악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특정 장르와 가수의 장점 같은 것들을 무시하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작업을 할 뿐이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보다는 기존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재생산한다. 미국의 아이돌 현상은 이러한 팝 문화가 낳은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도 H.O.T 이후 이 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지 않나.

428쪽 “진짜 최고가 될 것이라고 느껴지는 밴드를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새로운 밴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이 그들의 새로운 음반들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앞으로 발표할 앨범 서너 장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래 지향,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결국 같은 미래 지향, 아티스트와 평론가의 공존 아닌가. 이것이 또한 평론가의 힘이자 임무이고.

차우진, 『청춘의 사운드』(책읽는수요일, 2011)
생각보다 쉽게 읽혔다. 김작가와 비교되는데, 김작가가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다면 차우진은 심사숙고하고 건조하다. 일상과 음반 리뷰를 적절히 조화시켜 뮤지션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29쪽 “장기하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음악가라면, 그것은 그가 찌질한 청춘 찬가를 불러서가 아니라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차우진의 이런 배려와 해석이 무척 좋다.

66쪽 “사운드에 있어 〈보편적인 노래〉는 명백히 1990년대 가요의 정서를 반영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인디 록이 서양 록을 레퍼런스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1990년대 가요를 레퍼런스로 삼았다는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사운드의 방법론보다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정서와 경험이란 점에서 브로콜로 너마저의 ‘가요 정서’는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산업의 규모 확장과도 관계가 깊을 것이다.”

정말 정밀하게 잘 봤다. 레퍼런스는 참고, 참조 정도로 해석된다.

139쪽 “창작자에게 클리셰는 말 그대로 함정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함정이 아니다. 그걸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요컨대 뻔한 문장을, 뻔한 수사를, 뻔한 멜로디를 어떻게 세련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대중문화는 사실 이 뻔한 것들의 집합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 신선한 것, 실험적인 것이 대중문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에 열광하는 건 평론가와 기자들뿐이다.”

이 대목 꽤나 진실에 접근하지 않았나.

김종철,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21세기북스, 2011)
산지는 한참인데, 1년이 지나 읽었다. 새로운 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방담에 자신의 의견을 담고 있다. 공부해서 한 자 한 자 눌러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재미는 없다. 새로운 사실보다는 클래식, 우리 대중음악사, 서양음악사 등을 김종철 개인의 입장에서 정리했다고 보면 된다. 김종철 역시 서태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권오섭,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시공아트, 2012)
쉽게 잘 쓴 에세이다. 앨범 40장에 얽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필요성에 의해 구입, 심심하지 않게 잘 읽었다.

28~29쪽 “1962년 12살 때 첫 앨범을 낸 이래 지금까지 30장에 달하는 앨범을 발표하고 20여 곡의 빌보드 1위곡을 갖고 있으며 그래미 상도 수십 개 받은 스티비 원더지만, 불행히도 미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원더가 왠지 과소평가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그가 장애인에다가 흑인이어서일까? 같은 솔로 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폴 매카트니, 엘튼 존이 거의 신격화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면, 음모이론이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이 부분 처절하게 들어온다.

이동연 엮음, 『아이돌 : H.O.T.에서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 보고서』(이매진, 2011)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여러 저자가 있는 그대로의 아이돌 현상을 그리려 노력했다. 강의 때문에 필요성에 의해 산 책이고, 의외로 많이 배웠다. 음악산업과 대중의 기호를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김기범, 『롤링 스톤즈 : 50년의 악행, 50년의 로큰롤』(살림, 2012)
롤링 스톤즈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책이다. 제대로 잘 정리했다. 이런 류의 전기는 계속 나와야 한다. 배우고 느꼈다. 롤링 스톤즈에 대한 의의라면 50년 지속성이 아닐까.

김학선, 『K.POP 세계를 홀리다』(을유문화사, 2012)
내 또래의, 우리 지역 출신의 대중음악평론가로 알고 있다. 그의 블로그가 좋아 내심 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의 요청이었겠지만 시류에 따라간 제목이나, 이미 널리 알려진 가수에 대한 이야기 나열은 식상했다.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가요사의 주요 인물들을 정리해낸 작업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저자의 말이 적었다. 그의 필담이라면 읽는 재미를 줬을 텐데, 감춰도 너무 감췄다. 김학선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자기 말보다는 이런 개론서 하나가 있어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리라.


나도원, 『결국, 음악 : 대중음악평론가 나도원의 음악산문집』(북노마드, 2011)
다른 음악 산문집과 다르게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다. 어려웠고, 문맥이 거칠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어렵다고 해서 현학적이나, 깊은 사고를 요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모국어임에도 문장 해독이 쉽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재미없었다.

김학선의 책이 생각보다 쉽고 기본적이어 음악의 신비감을 감췄다면, 이 책은 난해하고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객관적으로 유지하려는 시각은 분명 책 곳곳에 흐르고 있었다.

78쪽 “사실 대중성이라는 말에는 오해가 덧씌워진 함정이 존재한다. 상업성과 인지도의 다른 말로 쓰이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TV 음악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류 미디어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음악은 존재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올가을에는 이런 옷이 유행합니다”와 같은 괴상한 예측을 가장한 시장의 강요는 패션 산업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음악의 싸구려화로 읽힌다.

456쪽 “지금 한국사회의 ‘주류’ 대중음악이 만들어내는 동일한 의식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나간 달력을 여러 장 들춰봐야 할 것 같다. 조금 재미없게도 숫자를 나열해 보자면, 한국의 대중음악은 1960년대 후반부터 10년 단위로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왔고,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이른바 르네상스를 맞았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주류와 비주류 음악 간에 견고한 장벽이 세워졌고, 양편 모두 점차 게토화되었다. 이 무렵은 영화가 성장의 각을 크게 만들던 시기였기에 대중문화의 주도권이 옮겨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대중음악 내부에 원인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라고 말하며 원인에 대해 연예산업과 방송권력의 결탁, 창작 방식의 변화를 꼽는다. 원인보다는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몇 줄로 요약해 참고하고자 인용했다.

덧글

  • 행인1 2012/11/07 10:54 # 답글

    1.『아이돌 : H.O.T.에서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 보고서』같은 경우 여러 저자들이 여기저기에 기고한 글을 한데 모은 것이라서 앞장과 바로 그 다음장의 논지가 서로 다르더군요. 문강형준 같은 경우는 '삼촌팬'을 무슨 갱생불가능한 신자유주의 판타지에 세뇌된 노예 취급을 하고 그 다음 장의 저자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2. 같은 책에서 '아이돌과 감정노동'이라는 장은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고 상당히 읽을만 했습니다.
  • 음반수집가 2012/11/07 11:00 #

    다양한 시각이 공존해서 좋았습니다. 말씀하신 감정 노동 부분은 징그럽더군요. 어린 친구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이 지금 현대인들의 생활로도 읽히더군요. 우리 모두 감정 노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유투왕빠 2012/11/08 14:11 # 삭제 답글

    국내가수들의 하루 2회공연.. 머 여건상 어쩔수없다지만, 참 아닌거같더군요.. 예전에 모가수의 하루 2회공연중 한회를 본적이 있는데... 보는 제가 다 부담스럽더라눈..ㅡㅡ;;; 축구를 더블헤다식으로 하루 두번 뛰는격.. 까진 아닌가요..ㅡㅡ;;; 암튼ㅋㅋ
  • 음반수집가 2012/11/13 13:15 #

    축구를 더블헤더식... 와 아주 훌륭한 예입니다. ^^
  • 유투왕빠 2012/11/08 14:18 # 삭제 답글

    힐번이 쓴 ..와 콘프레이크를.. 이책은 며칠전 도서관에서 제목때문에 끌려, 들춰봤었는데.. 존레논과 밥딜런에 대한.. 몰랐던 에피소드..?가 기냥저냥 좀 재밋더군요..ㅋㅋ
  • 음반수집가 2012/11/13 13:15 #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아주 깊더군요.
  • 막장버러지 2012/11/28 22:37 # 삭제 답글

    나도원의 책이 전반적으로 문체가 어려운 편이긴 하지만 재미없거나 해석이 어려운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적어주신 평이 다소 의외이긴 합니다. 차우진의 책도 재밌게 봤고, 김학선의 책은 솔직히 절반 이상은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모아놓은 책을 다 정리하고 음악에 관한 책만 사서 읽기 시작한지 몇 년 지났는데, 이제는 책꽂이도 부족하네요. 늘 공간과 싸우려니 이젠 가족들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하네요.ㅎㅎ
  • 음반수집가 2012/11/29 01:25 #

    1. 나도원에 대한 해석은 대화가 될 수 있겠네요.

    2. 고생하십니다. 저도 수납때문에 눈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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