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여자들이 좋아해야할 것 같은 신성우를 좋아해 부끄러웠다. 적어도 그 나이라면 건스 앤 로즈나 메탈리카, 적어도 시나위를 좋아해야 남자다웠다. 그래서 신성우를 숨어서 좋아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신성우의 「노을에 기댄 이유」였다. 「A Tale That Wasn't right」 버금갈 정도로 처절했고, 있어 보였다. 요 정도라면 마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캔디의 남자가 될 줄 알았다.
십 수 년 동안 「노을에 기댄 이유」를 멀리했다. 캔디의 남자가 아닌 돈 버는 남자가 돼야 했고, 살기 위해서는 센 척해야 했다. 한국의 남자로 살기위해서는 외로워도 울면 안 된다. 울면 곧 필패다.
마음이 무겁고 기분 나쁜 땀이 났지만, 그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는다고 위안했다. 몹시도 우울한 오늘, 실로 오랜만에 「노을에 기댄 이유」를 불렀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독히도 외롭고 세상의 짐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통곡을 참으며 급하게 캔디의 남자로 가장했다.
이제 울지도 못하고, 외롭다는 고백도 하지 못하는 나이가 됐다. 그런데, 무엇이 부끄러운 걸까. 아프면 울어야 되지 않나. 감정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더 창피하다. 「노을에 기댄 이유」을 한 번 더 불러야겠다.


덧글
분명 나는 하루하루 좀 더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어떤 점에서는 점점 바보가 되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잘 삐칩니다. ㅠㅠ
혹여 나가수에 나온다면 몰라도...^^
저는 반친구들이 모두 가요만 들을때 메탈만 듣는 괴상한 놈이었는데,
반친구들은 신성우조차도 시끄럽다고 거부했던 기억이 나는군요..ㅡ.ㅡ;
정말 테이프 늘어나도록 들었던 추억이 있는 노래....
높은 키 때문에... 신성우도 생라이브 별로 하지 않았던...
몇해전 우연찮게 신성우베스트를 들었는데,
예전엔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졌던 신성우가 풋풋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근데.. 아직도 '노을에 기댄 이유'는 잘 모릅니다 ㅋㅋ
한창 때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한때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원키로 부르던 시절도 있었으나, 중요한 것은 신성우의 가창력이 아니라 얼굴이었습니다. ㅋ
지금은 그때보다 상태도 나빠졌지만 노래 실력은 그보다 훨씬 나빠져서 이 노래를 불러볼 엄두도 못내겠군요.
얼굴에 한표 던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