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10대 음반(2012 Ver) 뮤직톱10


기어코 다시 쓰고야 말았다. 서정주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고, 나를 키운 건 8할이 음반이다, 라고 말하면 과할까. 신년 맞아 음반 열 장을 추천해 본다. 순위는 무순이고, 연도별로 나열했다.

1. 김민기, 『1집』(서울레코드, 1971/2004)
한국 대중음악사 최고의 유물, 김민기가 있었기에 최유준의 말대로 “예술음악과 대중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을 수 있었다.

2. 산울림, 『2집 :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서라벌레코드, 1978)
시작 또한 창대했고, 역사는 전설이 됐다. 산울림은 신중현 이후 사라졌던 우리말을 되살렸고, 세상에 없는 음악을 창조했다.

3. 조용필, 『4집』(지구레코드, 1982)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조용필의 위치가 중요한 건 보편성, 다양성, 지속성이라는 모델을 최초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킨 가수는 해방 이후, 조용필이 유일하다. 4집은 조용필이 보여줄 있는 모든 걸 담아냈다.

4. 김현식, 『Vol.4』(서라벌레코드, 1988)
김현식의 모든 앨범이 고루 좋지만, 4집이 좋은 이유는 힘들 때 같이 한 조강지처 같은 음반이기 때문이다. 4집은 김현식의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담았고, 쇠퇴하기 전의 아름다운 스냅사진이기도 하다.

5. 한영애, 『2집 : 바라본다』(서라벌레코드, 1988)
80년대 동아기획은 조용필에 가려있던 모든 음악들을 담아냈다. 들국화, 김현식, 신촌 블루스 등 각자의 개성도 좋았지만, 한영애는 이들의 장점을 솎아내 한 장의 앨범으로 통일한다. 여기에 유재하와 김수철은 덤이다.

6. 이문세, 『5집 : 시를 위한 시』(킹레코드, 1988)
한국 대중음악의 발라드는 이문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영훈은 이문세를 통해 한국팝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고, 영미 팝이 한국을 지배했을 때, 팝의 우월성을 상쇄시켰다. 5집은 그 정점에 있었던 명작이다.

7. 김광석, 『다시부르기 2』(킹레코드, 1995)
김광석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다르부르기 2』를 통해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을 통일해버렸다. 조동익의 편곡도 좋지만 김광석이기에 가능했다. 김광석은 영혼으로 노래를 불렀고, “영혼”이라는 낱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이다.

8. 정태춘 박은옥, 『9집 : 건너간다』(한국음반, 1998)
정태춘 박은옥의 30년 역사는 개인의 성장사가 시대와 함께 성숙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자연과 성찰을 노래한 7, 80년대를 지나 『9집 : 건너간다』를 통해 길었던 반민주의 시간을 정리했다. 9집은 치열하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9. 김두수, 『4집 : 자유혼』(리버맨뮤직, 2002)
이 음반을 통해 명징하다, 라는 의미를 배웠고 대중음악의 맨얼굴을 엿보다. 2000년대 나온 김두수의 『4집』은 김두수 개인의 성과가 아닌 우리 대중음악의 밀집된 역사다. 이런 음반을 들으면 최초로 생기는 욕망은 음악에 대한 존경이다.

10. 장필순, 『6집 : Soony』(신나라뮤직, 2002)
장필순은 『6집』을 통해 노래를 자기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내용은 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 이미자의 수십 년 행보에 비할 성과고, 거듭 말하지만 영국의 라디오헤드가 부럽지 않다.

** <참여와 자치> 1,2월 원고
** 10대 음반 시리즈는 2020년 즈음에 다시 쓰려고 했지만, 사정이 그렇게 됐다.
** 이렇게 된 거 매년 업그레이드 하는 건 어떨까.
** 기준은 우리 음악이고, 지금 현재 레코드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음반들 중에 꼽았다
   (아, 정태춘박은옥의 음반은 힘들구나).
** 애초 들어갔던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이 빠졌고, 들국화 1집과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은 개인 호오에서 밀렸다.


덧글

  • 후추상사 2012/02/06 13:07 # 삭제 답글

    우리음반 만으로 10장을 뽑으셨네요. 국외가 따로 있는건지요?
    국내 음악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이 리스트를 참고해서 음반들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 음반수집가 2012/02/06 18:26 #

    우리 음반만 뽑았습니다.
    국외 리스트는 나중에 ^^

    김두수 4집은 아직 접하지 못하셨다면 꼭 들어보세요.
  • 임마우주 2012/02/06 22:34 # 삭제 답글

    후추상사의 소개글을 보고 와 보았습니다.
    정말 우리 대중음악사의 명반 중의 명반만 있는듯 합니다.
    최근에야 저도 위의 음반들 중 몇장을 중고LP로 어렵게 구하고선 아주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만.
    그 외 음반들도 리스트를 적어 놓았다가 눈에 보일때 구해 듣고 싶어집니다.
    좋은 아티클 잘 봤습니다.
  • 음반수집가 2012/02/07 02:08 #

    부끄러워요.
    감사합니다.
  • dxy 2012/02/07 00:50 # 삭제 답글

    앨범을 10장만 정하기는 너무 어렵지만
    위 리스트처럼 반드시 뽑아야할게있죠ㅎㅎ
    '위로'와 '포크'라는 단어가 잘 어올리는듯 하면서 아닌것 같기도 하고
    김민기1집, 김광석 다시부르기2, 김두수4집........
    아... 제가 정한것도 아닌데 어쩜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듯
  • 음반수집가 2012/02/07 02:09 #

    기고로 쓴 글이라 보편적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다만, 김두수와 장필순만큼은 꼭 넣고 싶었습니다.

    김두수 4집은 명연입니다.
  • sapa 2012/03/10 20:06 # 삭제 답글

    10장중 3장이 1988년에 나왔네요.
    뭐랄까... 좋은 시절이었죠. 전 대학신입생 때.
  • 음반수집가 2012/03/16 17:00 #

    아~~~
    연배가 아주 좋으십니다. ^^
  • d 2012/03/24 08:30 # 삭제 답글

    유재하가없는게 아쉽네요
  • 음반수집가 2012/03/27 17:39 #

    그러네요. 개인적인 리스트라 그래요.
    음악은 인정하지만, 취향이 아닌 뭐 그런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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