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이어 듣기 └2011 음악일기


5일 동안 술을 먹었다. 어제는 3차에서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 재발매된 양희은 『1집 : 고운 노래 모음』을 들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토요일 아침 더 자고 싶은데, 아이들이 깨운다. 숙취 때문에 머리는 아프고, 속이 웅얼거린다.

아내에게 콩나물 해장국을 부탁하고, 이문세 『4집』을 복지부동해 듣는다. 그대로 다시 잠이 들 것 같은 편안함이 몰려온다. 한 곡 한 곡 정갈하다. 서휘가 작은 방으로 놀러와 수작을 건다. 자는 걸 포기하고 서휘와 함께 이문세 『5집』을 이어 들었다.

딸아이와 눈 맞추고 듣는 이문세는 욕망을 소멸시킨다. 4집보다는 5집이 더 잘 감긴다. 노래가 좋아 참을 수 없어 몇 곡 고래고래 따라 불렀더니 급격하게 어지럽고 속은 게워달라고 아우성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잠시 산보를 하고 돌아와 오디오에 이문세 『6집』을 꼽았다. 기분 좋은 노근함이 몰려온다. 시대가 불우했던 80년대, 현실 참여 없이 고운 연가만 만들던 이영훈은 대중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이영훈도 민주화 테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문세 6집은 이에 대한 항변이었고, 「장군의 동상」,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영훈식 현실참여가였다. 사연을 떠나 「장군의 동상」을 꽤나 좋아했었다.

변진섭이 가수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면 이문세는 김광석과 더불어 많이 이들에게 꿈을 줬다. 이문세와 김광석은 이 땅의 모든 이들을 분위기 있는 가수로 만들어줬고, 따뜻함이라는 보편성을 부여했다. 김제동이 부르는 김광석도 꽤나 멋지지 않는가.

이문세 황금 레퍼토리 4, 5, 6집을 갖추고 연달아 들으니 감동스럽다. 언제고 여기에 3집을 CD로 더할 수 있겠지. 이문세의 노래 덕분에 평화롭고 깊은 가을 주말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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