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음악책 7 음악이야기

『한국의 대중음악책 4』에 이은 2년만의 작업이다. 확실히 그전보다는 대중음악 관련 서적이 양적으로 풍부해 졌지만 여전히 질과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디딜 땅이 있어야 일어설 수 있지 않겠는가. 읽어야 될 책이 집에 쌓여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영미,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두리미디어, 2011)
갈 길을 헤매고 있었다. 운동도 그렇고 꿈도 그렇다. 잘 모르겠고 귀찮다. 다시 동굴로 들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이영미는 트로트, 포크(세시봉), 서태지(를 비롯한 신해철, 공일오비, 강산에) 등 대중음악을 통해, 세 세대를 통사로 아울렀고, 담아낸 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이었다. 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고, 가수들에 대한 서사는 논리적이고 명쾌했다. 특히 서태지에 대해서 “최고 인기 가수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아 주었으면 하는 욕망을 계속해서 노골적으로 드러”(258쪽)낸다는 평가는 나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여주었다. 서태지는 90년 은퇴까지가 전부였다는 말에 절감한다. 


이윤옥, 『김광석 평전 : 부치지 않은 편지』(세창미디어, 2009)
김광석 평전이 그의 사후 14년 만에 나왔다. 무수한 담론을 생성했던 김광석을 생각하면 그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평전에도 김광석의 자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 다만 김광석이 자설 전, 조울증과 내적 갈등을 심했다는 게 전부다. 아직도 자살을 인정하지 않는 유족이나 지인들이 있지만 김광석의 명예를 생각해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평전을 읽는 내내 김광석만 들었다. 글을 쓴 저자도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힘들고 슬픈 평전이다. 김광석 노래처럼.


안재필, 『세기의 사랑 이야기』(살림, 2004 2쇄, 2006)
경주 가는 기차에서 완독했다. 존레논과 오노 요코,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튼, 패티 보이드의 삼각관계, 시드 비셔스와 낸시 스펑겐의 잔인한 사랑, 오지 오스본과 샤론 오스본의 오랜 인연, 토리 리와 파멜라 앤더슨의 가십,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의 왜곡된 사랑,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아이돌 사랑이 짧게 짧게 담겨 있는 책이다. 문고판답게 매우 짧은데, 확장판을 기다려본다. 기차에서 읽기에는 분량이나 내용 더없이 좋았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달, 2009)
글발이 없더라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2009년 최고의 산문이다. 기대없이 필요성에 의해 샀지만 어느 무엇보다도 제대로 배우다. 이석원 매력적이다.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푸른숲, 2009)
예측할 수 없는 붕가붕가 사단. 무엇보다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라는 이들의 모토가 좋다. 계속 밀어주고 싶다. 이 책 역시 이들 집단의 노래와 상상력처럼 재기발랄하다.





김토일, 『소리의 문화사 : 축음기에서 MP3까지』(살림, 2005 2쇄, 2007)
결국 저자의 말은 LP든, 테이프든, CD든, MP3든 돌고 도는 것이니 모두 허락하라 말한다. 그러다 보면 주류 뿐 아니라 비주류의 음악도 발굴되고, 음악 산업이나 뮤지션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말한다. 이는 그가 100년을 풀어쓴 소리의 문화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모든 걸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내 지향점과 같다.







유현상, 『꿈을 향해 소리쳐 : 헤비메탈의 전설 유현상, 대한민국을 노래하다』(세종미디어, 2010)
유현상이 읽혀졌고, 그 시절이 잠시 보였다. 개인의 방담이라서 음악사적 가치는 얼마 없었다. 다만 그 유명한 최윤희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증언을 듣다. 책에 꽂혀 백두산의 베스트를 들었다. 지금도 좋으니 그 시절 대단했겠다. 백두산 1, 2집의 재발매를 바래본다.





박준희, 『음악 또라이들』(국일미디어, 2010)
박준희가 인터뷰한 김태원, 박미경, 남경주, 말로, 조PD, 전제덕, 신대철, 현진영, 윤일상 등 9명의 이야기다. 9명 모두를 박준희가 1인칭 화법으로 재구성해 에세이처럼 풀어 썼다. 가장 기대가 컸던 신대철 이야기는 평이했고, 김태원은 방송에서 몇 차례 언급했던 어려운 시기를 극적으로 구성했다. 기대 안 했던 윤일상의 사고가 꽤 신선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고, 남경주는 실망했다. 현진영 이야기는 자기 변명과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종합해 보니 모두들 음악 많이 들었고, 목숨 건 게 보인다.

79쪽 “(윤일상) 선진국의 가수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나이에 끊임없이 공연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낸다.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가수들과 작사·작곡자들이 흔치 않을까. 이것은 음악인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음악하며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게으름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쉽게 돈을 버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열정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 탓을 하면 끊임없는 악순환으로 결국 변명만 늘어놓는 투정꾼이 된다. 만약 내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없어진다면 아마 사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세계 여행을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못 살거나 혹은 안 살게 될 것이다.”

최경식이 외삼촌이고 뜨기 전 본 조비처럼 노력한 윤일상, 여전히 혁신하는 윤일상, 이제 다르게 보인다.

윤호준, 『주머니 속의 대중음악』(바람의아이들, 2011)
음악이란 결국 개인이 좋으면 최고라는 게 이 책의 요지자 주장이다. 의미라면 돌려쓰지 않고 쉽게 썼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잘 안 들어온다.



신주현, 『톰 웨이츠 고독을 탐닉한 목소리』(살림, 2010)
짧은 책인데도, 미뤄두고 있었다. 톰 웨이츠의 앨범은 『Rain Dog』 단 한 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그의 음악이 마구 듣고 싶어진다. 신주현은 톰 웨이츠의 일대기는 잘 그렸지만 왜 그의 노래가 좋은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톰 웨이츠의 음악을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라면 좀 더 친절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책이 드물다. 다만, 해외 뮤지션도 좋지만, 국내 뮤지션에 대한 짧은 전기의 출간도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49쪽 “1970년대 미국은 음악 저작권법이 존재했지만 그리 투명하지 않았다. 특히 초짜 뮤지션들은 노래로 밥벌이만 할 수 있으면 족했으니, 매니지먼트 입장에서 투명하게 할 리 만무했다. 멋모르는 어린 친구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부당하게 계약하는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횡포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불변의 진리인 모양이다. 더구나 미국은 에이전트, 저작권사, 레코드사, 배급회사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저작권, 저작인접권, 초상권, 상표권, 복제 및 배포권 등을 각각 나누어 관리했다.”

미국이나 지금의 한국이나 다르지 않았구나. 이런 걸 확인할 수 있는 구절은 이 책의 수확이다.

닉 혼비, 조동섭 옮김, 『닉 혼비의 노래들』(medio2.0, 2011)
기다렸던 책이다. 음악 속에서 닉 혼비의 작은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닉 혼비의 음악에 대한 서술은 사려 깊고 애정이 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에세이와 많이 닮았다. 쉼없이 나열되는 고전들과 노래에 대한 설명은 아직도 내가 더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선사했다. 모처럼 음악에 대한 애정이 크게 솟아난다. 그리고 자폐아 아들 대니에 대한 묘사는 가슴이 저리더라. 닉 혼비 또한 음악을 통해 대니를 위로하고 치유하려 한다. 요즘 한참 음악에 대한 슬럼프가 지속됐는데, 음악이란 것 새삼 애정이 간다. 다시 한 번 정독하고 싶은 책이다.



손민정, 『트로트의 정치학』(음악세계, 2009)
트로트, 있는 그대로의 우리 고전. 장담한다, 손민정의 이런 작업을 따라가는 책이 한 해에 열권씩만 나오면 우리 대중음악은 질적으로 무한한 발전을 할 수 있다.






김태훈, 양정환, 『소리바다는 왜?』(현실문화, 2010)
소리바다의 항쟁사, 음악산업의 치졸한 현장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소리바다의 건승을 기원한다.



핑백

  • 한국의 대중음악책 7 | Freedom Developers 2011-09-30 21:27:07 #

    ... 안재필, 유현상, 박준희, 신주현, 이영미, 닉혼비, 손민정, 윤호준, 김태훈, 양정환 음악속으로 Posted on September 30, 2011 by acousticlife. This entry was posted in Rss and tagged 대중음 ... more

덧글

  • 햇님훈남 2011/09/22 22:53 # 답글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음반수집가 2011/09/25 00:03 #

    저도 감사합니다.
    주말 더욱 평온하세요.
  • metal_baby 2011/09/28 15:12 # 답글

    닉혼비, 이석원, 탐웨이츠 전기를 읽다보면 동그라미 치고 싶어지는게 많아지네요. 다시 LP를 꾸려가는 중인데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틴에이지 팬클럽의 Your Love Is The Place Where I Come From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노래입니다. 멋쩍게도 앨범은 없습니다만 정말 갖고 싶은 앨범입니다.
  • 음반수집가 2011/09/28 17:35 #

    이석원은 감탄하며 읽었고, 닉 혼비는 즐겁지만 슬프게 읽었습니다.
  • 지나가다 2018/08/31 00:06 # 삭제 답글

    이영미 저 사람은 작사만 해야겠네요. 서태지의 8집과 9집을 듣고서도 90년대까지가 전부였다고 한다면 귀가 먹은 거죠. 오히려 음악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는데.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