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2집을 듣다 └2011 음악일기


어린 시절 신해철을 참 좋아했다. 김현식이 감성을 담당한 축이었다면 신해철은 이성의 축이었고,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줬다. 신해철의 처음 시작은 아이돌 그 자체였다.

치밀히 계산됐지만 여전히 전율을 주는 「그대에게」, 유행을 따라간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트렌드를 읽은 「안녕」, 재즈를 예견한 「재즈 카페」는 그의 영악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해철은 언제든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 수 있었고, 자신의 능력을 표출해낼 수 있는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신해철 『1집』이 기획사의 의도에 맞춘 아이돌의 그것이었다면, 『2집』은 그의 의지를 완전히 반영한 작품집이다. 『2집』은 기계와 전자음의 조합 속에 오리고 붙이고 조합해 만든 웰메이드 앨범으로 그의 디스코그라피상 가장 기고만장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원맨밴드의 형태로 혼자 북치고 장구 친 모습은 이미 김수철이 보여줬지만 신해철이 김수철과 달랐던 건 연주보다는 기기를 이용해 음을 조합했다는 점이다. 이런 신해철의 모자이크 기법은 향후 앨범에도 시도된다.

신해철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항상 기대 이상의 쾌감과 충족감을 안겨 주었다. 그의 솔로 『2집』은 그 즐거움의 시작이었다. 그의 저음이 가장 빛난 「재즈 카페」, 언제나 눈물겨운 「나에게 쓰는 편지」, 신해철 최고의 러브송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도시인」의 모태가 된 「50년 후의 내 모습」, 과잉됐지만 명작인 「길 위에서」 등 어느 한 곡 쉬어갈 곳이 없었다.

조용필 이후 신해철처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가수는 거의 없었다. 다만 조용필이 장르의 전통을 그만의 방식으로 이어받았다면, 신해철은 커다란 울타리 내에서 장르를 해체하고 변용했다. 한 마디로 조용필은 모니더즘 했고, 신해철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지향했다.

또한 신해철은 김창완 이래 가장 뛰어난 노랫말을 양산하며 산업화된 거대 도시에 묻힌 개인의 존재에 대해서 계속해서 성찰하고 발굴했다. 신해철이 예견했고 비판했던 현대인의 피폐한 모습은 21세기 현재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신해철은 그의 약속대로 New EXperience Music을 지향했고 끊임없이 실험했다.

최근 들어 음악보다는 독설과 기행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언제고 그의 반동이 음악으로 다시 한 번 표출될 것이다. N.EX.T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덧글

  • 침묵중 2011/04/18 17:31 # 답글

    어릴적 레코드 가게에서 아무 생각없이 (당시에 신해철 1집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름도 몰랐구요) 앞에 있는 앨범을 보고 오 이 사람이 무한궤도의 그 사람이라고? 해서 사볼까해서 산게 신해철 2집이었는데.

    들어보니 앨범이 잘 빠져서 오 역시 잘만드는구나 근데 무한궤도는 왜 안 하지 원맨 밴드보다는 정말 밴드가 좋은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 음반수집가 2011/04/19 12:00 #

    같은 추억이자 생각입니다.
  • 라쥬망 2011/04/18 19:05 # 답글

    역시 꽃미남이네요.. 마왕 목소리 무척 좋아하는데..
  • 음반수집가 2011/04/19 12:00 #

    최근의 걸걸해진 목소리도 마음에 듭니다. ㅋ~
  • 후... 2011/04/19 12:06 # 삭제 답글

    100분토론말고 괜찮은 앨범에서 만나고 싶은...ㅎㅎ 예전엔 참 괜찮았는데 말이죠.
  • 음반수집가 2011/04/19 18:02 #

    저도 오매불망 노래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그를 이해합니다)
  • alcatrazz 2011/10/03 01:47 # 삭제 답글

    테이프로 구입하여

    정말로 많이 들었던 음반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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