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데이비드 보위, 아내는 위대하다 └2010 음악일기


솔직하게 물리적으로 힘든 해를 보내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사무실 일도 일이지만, 서휘 탄생 이후 집안이 엉켜버렸다. 아이 둘 키우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지 동생 아껴주는 관휘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서휘에게 고맙다. 그런데 이 아이가 요즘 생활의 패턴에 변화를 줬다. 새벽 2시 즈음에 깨어나 방긋거리며 엄마와 아빠, 지 오빠까지 등산을 한다.

돌도 안 됐으니 인생의 피곤이 덜 묻어 지야 힘이 남아돌겠지만 일과 육아에 찌든 아빠와 엄마, 어린이집에 출퇴근하는 오빠는 힘들다.

오늘 새벽에도 변함없이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아내에게 집적대더니 지 엄마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매일 늦어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면피하고자 서휘를 앉고 작은 방으로 갔다. 어둠 속에서도 아이의 눈이 빛난다. 한참을 자지 않을 눈빛이다. 절망(?)속에 CD장에서 아무거나 집어 들어 용케 오디오에 재생했다.

기괴한 음악이 흐른다. 골라도 잘 골랐다. 데이비드 보위의 『Diamond Dogs』가 흘러나온다. 「Diamond Dogs」가 지나 「Rebel Rebel」을 따라 흥얼거리는데 팔이 저리고 갑자기 무거워진다. 서휘가 잠에 빠졌다.

오디오를 끄고 조용히 안방으로 가 눕힌다. 아이가 자리를 잡느라 뒤척인다. 고개를 들었다 이불에 묻었다를 반복한다. ‘자라, 자라’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아이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러나 서휘는 아빠의 기대를 배신하고 벌떡 앉더니 다시 지 엄마 등반에 나선다.

포기한 채 아내를 깨웠다. 아이 하나 어찌 못하는 참혹한 기분과 피곤이 엄습한다. 이내 아이는 지 엄마의 젖을 빨다가 잠이 든다. 역시 아내는 위대하다. 아내에게 저항하지 않고 살아야겠다. 더불어 잠시나마 아이에게 단잠을 준 데이비드 보위에게 감사하다.


덧글

  • 황씨아저씨 2010/10/07 14:45 # 답글

    아기에게 rebel rebel을 들려주시다니, 불량청소년으로 자라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어쨌거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애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속속들이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도.......
  • 음반수집가 2010/10/08 18:03 #

    더 험난해질텐데, 차라리 불량하게 자라면 좋겠습니다. ^^
    고생 많습니다. ㅠㅠ
  • 유투왕빠 2010/10/07 22:42 # 삭제 답글

    와우 너무 이쁘겟어요.. 전정말 아이가 생기면, 닳아없어질까봐, 만지지도 보기도 아까울거같네요..ㅋ 물론 때론 세상 무엇보다 무서운 존재로 돌변하기도 하겟지만..ㅎㅎ^^
  • 음반수집가 2010/10/08 18:03 #

    전생에 뭐가 있었길래~~

    예, 못생겼지만 예쁩니다.
  • tomstrong 2010/10/12 02:08 # 답글

    정말 엄마의 힘은 위대하더군요.
    제 딸내미는 돌무렵에 비틀즈의 미셸을 들려줬더니 첫 소절에서 대성통곡을 하더군요. 딱 한 소절만으로도 아이를 감동시키는 위력이라니...비틀즈의 대단함을 다시한번 느꼈었어요^^
  • 음반수집가 2010/10/13 12:57 #

    저도 고전할때는 아이들과 비틀즈 듣습니다.
    바로 생각나고, 바로 평온하게 해주네요.
    이게 비틀즈의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느 늦은 네티즌 2012/04/10 21:53 # 삭제 답글

    데이빗 보위의 아내가 대체 누구길래... 하고 왔다가 좋은 말 듣고 갑니다
  • 음반수집가 2012/04/18 00:32 #

    오해를 줬네요. 감사합니다.
  • 더 늦은 네티즌 2017/04/03 16:17 # 삭제 답글

    보위의 아내 이만에 대한 얘기인가 들어와봤는데 .. 육아를 같이 하시는..멋지십니다. 꽤나 들썩거리는 앨범인데 역시 아가도 좋은 노래는 아는걸까요? 아가가 어린이가 되었겠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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