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다시 날다 └2010 음악일기


송골매가 다짐했던 열 번째 앨범이 마침내 나왔다. 『9집』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그 세월 동안 양 날개였던 배철수와 구창모는 각기 라디오 DJ와 사업가로 변모했고, 오승동은 하늘로 김상복은 미국으로 떴다. 후기 송골매를 수놓았던 이태윤, 이건태, 이종욱은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서 활동 중이다.

송골매의 『10집』에 참여한 오리지널 멤버는 원년 공신인 이봉환과 『2집』부터 송골매의 부리를 담당했던 김정선 뿐이다. 배철수와 구창모가 없는 송골매의 새로운 앨범은 우려가 컸다.

배철수마저도 “그냥 전설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 또한 송골매의 재결성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는 배철수와 구창모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김정선과 이봉환이라는 이름의 흡입력을 부정한 건 아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해 김정선이 다른 밴드의 세션으로 참여했다 하더라도 행복한 심정으로 그 팀의 음반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배철수 없는 송골매는 설명이 안 되는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송골매의 『2010』이 나오는 날, 자동적으로 레코드 매장을 찾았다. 막상 송골매의 파란색 앨범을 보니 기우와 실망은 사라지고 설레임에 푹 빠져 집어 들었다. 부클릿에 보이는 이응수, 김정선, 이봉환의 이름은 “오, 주여”를 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버스에서 음반의 포장을 걷어내고 CD를 CDP에 꼽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구창모가 불렀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처음 본 순간」을 재해석한 최승환(으로 추측)은 원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깔을 잃었지만, 배철수의 오리지널을 모두 다 재해석한 이봉환만큼은 나름대로 선전했고, 기본은 유지했다.

무엇보다 앨범의 백미는 김정선의 기타였다. 김정선의 연주는 열정과 분노 그 자체였고, 송골매 시절보다 더 헤비해지고 락킹해졌다. 그가 견뎌내고 칼을 간 인고의 세월이 날 것 그대로 들어왔다.

앨범 전체를 차분히 들으며 실망과 아쉬움, 기쁨과 안도감이 쉴 새 없이 교차했지만 마지막 트랙인 7집에 수록된 「새가 되어 날으리」의 재해석은 모든 걸 다 지워 주었다.

이 곡은 앨범의 서두를 장식하는 「다시 날아 보자」와 좋은 댓구를 이루며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장엄한 키보드와 억센 기타, 그리고 후렴의 합창은 이들의 20년 욕망과 한을 그대로 대변했다. 내가 다 막 눈물이 나오더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재결성한 송골매가 다시 비상하여 양 날개의 귀환을 맞길 바란다. 주말 내내 송골매의 『2010』을 수십 번 들었다. 추억이 힘을 얻었고, 과거가 현재가 됐다.


덧글

  • 간달프 2010/03/15 00:36 # 답글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http://nang01.cafe24.com/wiki/wiki.php/%EC%86%A1%EA%B3%A8%EB%A7%A4

    저걸 카페 회원으로서 지켜 본 당사자로서,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하고...씁쓸하기 그지 없더군요... 나만 당할 순 없잖아 (야) 는 아니고, 생각 외로 음반이 대단하다!라는 음반수집가님의 평이 나와 송골매 디럭스와 송골매는 다르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뜻으로 이렇게 첨부해 봅니다.
  • 음반수집가 2010/03/15 00:40 #

    1. 일정부분 소동을 예상했습니다.

    2. 저는 이봉환과 김정선의 20년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아쉬워하는 한 사람이었습니다.

    3. 생각외로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 다만 김정선의 선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4. 기대감을 바닥까지 버려서인지 저는 무척 좋게 들었습니다.
  • 스푼맨 2010/03/15 01:20 #

    씁쓸하군요. 송골매를 좋아하지만(배철수 형님의 음악 중심으로) 이번 앨범은 사기 망설여지는걸요.....
  • 음반수집가 2010/03/15 11:08 #

    1. 이번 앨범 나름대로 들을만합니다.

    2. 서로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팬측의 말을 들었다면 송골매측의 말도 들어야겠죠. 자칫 일방적으로 몰고가기에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음반수집가 2010/03/15 00:47 # 답글

    그리고 간달프님 요청 하나 드려요.

    맥락은 이해가 되는데요. 앞뒤가 짤려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전문을 알고 싶은데요. 전체가 나와 있는 글이나 글을 볼 수 있는 카페을 알려주세요.
  • 간달프 2010/03/15 00:48 #

    아, 저게 메일의 전문입니다. 현재 구 카페는 회원들이 대거 탈퇴했고 글 또한 전부 지워져 있는 상태고, 신 카페는 회원 아홉명(...)에 글도 안올라옵니다... 뭐, 그저 그러려니 하려구요 저는.
  • 음반수집가 2010/03/15 00:51 #

    호~~ 사실관계를 떠나 어렵게 시작했는데, 이런 일 자체가 씁쓸하네요.
  • 이응수 2010/03/15 08:1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이응수입니다.
    송골매의 음반이 나오는 날 매장까지 가셔서 구입하시고 좋은 글을 남겨 주신 음반수집가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글을 송골매 블로그에 펌해 가도 좋을지 문의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음반이란게 만들때도 무진장 괴롭고 만들고 나서도 무진장 안타까운 것입니다. 항상 후회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 생각이 그럼에도 좋은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메일 부탁드립니다. xeno3002@gmail.com
  • 음반수집가 2010/03/15 11:08 #

    메일 드렸습니다.
    이응수님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
  • basher 2010/03/15 11:59 # 삭제 답글

    구창모는 차지하더라도 배철수가 없다니
    왠지 모르게 좀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네요 ^^;;

    하지만 김정선씨의 기타는 매우 기대가 되는군요
  • 음반수집가 2010/03/15 16:24 #

    많이 안타깝지만 혹시 아나요.
    재결성 투어에 참여할지...
    바램을 가져봅니다.
  • zereint 2010/03/15 14:45 # 삭제 답글

    잉잉... 철수 아저씨랑 창모 아저씨.. 왜 참여 안하셨대요.. ㅜ,.ㅜ
  • 음반수집가 2010/03/15 16:24 #

    배철수는 건강과 업무상의 이유로, 구창모는 사업상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스푼맨 2010/03/15 20:54 #

    일단 철수옹은 저녁 공연은 못뛰시죠.

    그 이유는 당연히 아시겠죠???
  • 음반수집가 2010/03/15 22:36 #

    마지막으로 송골매를 불태우고 싶다면, 음악캠프를 잠시 쉬거나, 포기하는 강단도 보이겠죠.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