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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2일
![]() 몇 년 만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갔다. 준비물은 스매싱 펌킨스, 동물원, 사이먼 앤 가펑클이었다. 중간 중간 짬이 있어 향뮤직에 들려 가요톱텐 앨범도 사고, 영풍 문고에 들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구경도 했다. 어렵게 서울에 간 김에, 그냥 내려오기가 서운해 종각에서 이웃 블로거 다이고로님을 만나 술 한 잔 나누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다이고로님을 만나 술잔에 지난 시간을 담으려 야구 얘기, 음악 얘기를 주절거렸다. 막차를 타야하는데, 시간이 아쉽다. 다이고로님이 1년에 몇 차례 못 만나는 거 이번에 진하게 회포를 풀자 말씀하시니 마음이 동한다. 막차를 다음날 차로 바꾸고, 그의 동네인 남가좌동을 습격했다. 다이고로님의 아담한 방안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띤 건 내 키보다도 한참 큰 CD장이었다. 익히 그의 컬렉션을 예상했지만 그 광경을 보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처음 한 시간 동안은 CD장을 보면서 아무 말로 못한 채 감탄사만 날렸다. 결코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컬렉션은 조탁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였고, 별 다른 설명이 없어도 다이고로님의 희노애락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장면이었다. 감동과 동질감 속에 다시 술잔을 나눴다. 그 속에는 오아시스, 주다스 프리스트, 라디오헤드, 래트, 화이어하우스, AC/DC, R.E.M, 산타나, 토토, 키스, 넬, 유익종 그리고 새벽의 FM 클래식이 있었고, 특히 몇 번이고 연달아 들은 유익종은 압권이었다. 다이고로님과 나눈 장기하 논쟁이라든지, 인디와 주류에 대한 대화는 사고를 정리하고 확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모처럼 음악에 대한 수다를 마음 편히 떨었다. 여기에 서로간의 개인사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시간은 기쁨을 연장했지만 체력은 허락지 않더라. 새벽 4시가 지나니 급격히 졸음이 밀려오고, 속이 불편하다. 5시가 되어 둘이 자리에 누웠다. 많이 졸린대도 속이 부대껴 몸이 편치 않다. 끝내는 다이고로님 화장실에게 양해를 구하고, 속에 있는 걸 게워내고 잠에 들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이른 기차로 대전에 내려왔다. 비록 내상은 심했지만 몸은 하늘을 걷는 것처럼 산뜻했다. 친구네 식당에 가 해장을 하고, 다이고로님 댁에서 감동 받은 산타나와 유익종의 음반을 구입했다. AC/DC와 래트, 키스의 음반은 레코드 매장에 없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기염을 발휘하기도 했다. 세월이 한참 흘러도 2009년 가을 다이고로님과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1년을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못난 나를 받아준 다이고로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결코 주례사가 아니다. 사람이 어떤 걸로 산다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