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덧글
솔직히 음반 많이 사는 분..
by 막장버러지 at 12/24 ^^ by 음반수집가 at 12/24 시간 길게 보시고 컬렉팅.. by 음반수집가 at 12/24 ^^ by 히읗 at 12/23 전 올해는.. 비틀스 모노.. by 유투왕빠 at 12/22 1. 먼저 글 주셔 감사합.. by 음반수집가 at 12/22 모든 게 제로섬입니다. .. by 음반수집가 at 12/22 그러네요. 비틀즈의 .. by 음반수집가 at 12/22 박학기 2집은 종종 보이.. by 음반수집가 at 12/22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 by 음반수집가 at 12/22 태그
|
2009년 09월 09일
![]() 1. 5월, 비틀즈의 박스세트 예약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모노 박스는 사기로 작정하고 예약했지만, 스테레오 박스는 망설였다. 모노 박스는 음악 자체로 의미가 있고, 일본에서 직접 LP 미니어처로 제작해서 무한한 신뢰가 갔다. 하지만 스테레오 박스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한데, 음반 포맷 형태가 디스크 슬라이더(Disc Slider), 소위 말해 지갑형 디지팩이기 때문이다. 음반 수납 형태로 쥬얼 케이스, (프라스틱 고정핀이 있는)디지팩, LP 미니어처, 슈퍼 쥬얼 케이스, 디럭스(Deluxe), 디스크 슬라이더 등 여러 형태가 있는데, 이 중 디스크 슬라이더를 가장 싫어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도 신보를 디스크 슬라이더 형태로 발매하면 아예 사지 않는다. 이에 대한 호오에 대해서는 조만간 정리하겠다. 비틀즈의 스테레오 박스가 음질이야 어떤 든 간에 디지팩이나 (슈퍼)쥬얼 케이스 형태였다면 두 말 없이 예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디스크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안 좋은 추억이 여러 가지라서 천하의 비틀즈라도 용납할 수 없었다. 언제고 나온다는 쥬얼 케이스 버전을 사기로 작정하고, 스테레오 버전은 박스도 낱장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다짐이었을 뿐이다. 2. K군에게 부탁한 비틀즈 브로마이드를 구해놨다는 문자가 왔다. 전화를 걸어 모노 박스는 어떻게 됐냐고 묻자, 물건이 동이 나 가까스로 한 세트를 구했고, 며칠 걸려야 받을 수 있단다. 정말 살 수 있는 거냐고 되묻자 인터넷 매장에서 미리 예약한 사람들도 사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형님은 걱정 말란다. 4개월을 기다린 거 며칠 더 기다리기로 마음 편하니 먹고 일을 하려는데, 그 순간 갑자기 몇 달간 동요치 않던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비틀즈는 비틀즈였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길을 나섰다. 마음 한편에서 모노 박스에 없는 『Abbey Road』와 『Let It Be』 중 하나만 기념 삼아 사자고 속삭였다. 쥬얼 버전이 나온다는 건 말만 있지, 기약 없지 않은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비틀즈 스테레오 버전을 한 장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겠냐고 하자 아내는 망설임 없이 『Let It Be』란다. 심정적으로 『Abbey Road』를 사고 싶었다. 일단 매장에 들러 다시 생각키로 했다. 3. 레코드 매장에 들어가니 어떤 여인이 비틀즈의 스테레오 박스를 사고 있었다. 여과 없이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애써 그 광경을 외면하고 K군에게 비틀즈 낱장 CD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막상 CD를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Let It Be』를 사자니, 『Abbey Road』가 섭섭하고, 둘 중 하나를 고르려니 서전트 앨범과 화이트 앨범이 애처롭게 나를 응시한다. 비틀즈의 초기 앨범들까지 갑자기 아름다워 보인다.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와 버렸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 독하게 먹고 『Let It Be』만 집어 들고 계산 하려는데, 몇 장 안남은 박스세트가 눈에 띤다.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박스를 집어 들고 이리 저리 살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이 심난 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매장 밖으로 나왔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받지 않았다. 4. 끝내 아무 것도 사지 않은 채 브로마이드만 들고 버스에 기어올랐다. 정말로 힘없이 기어올랐다. 그 순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Let It Be』 샀어.” 아내가 묻는다. “아니, 못 샀어.” 내 목소리가 처량하다. “왜” 아내가 다시 묻는다. “아무래도 박스로 사야할 것 같다. 『Let It Be』만 사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 어림도 없는 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였다. “사무실 들려. 카드 줄게.” 아내가 전화를 끊는다. 5. 급하게 K군에게 전화를 걸어 박스 한 장을 고정시킨 후, 버스를 환승해가며 아내의 회사로 뛰어갔다. 아내가 사무실에서 나오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드를 준다. 그러며 웃는다. 비틀즈만큼 예뻤다. 아내에게 횡설수설하고 밖으로 곧장 나와, 다시 레코드점으로 뛰어갔다. 박스를 집어든 채,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마냥 더디다. 6.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책상 위의 어수선한 걸 치웠다. 비틀즈의 구판 CD를 한켠에 쌓아 놓고, 붓글씨 쓰는 심정으로 비틀즈 박스세트를 개봉했다. 가장 먼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재생하며 구판과 비교해 본다. 7. 먼저 비틀즈는 정말 대단했다. 60년대 비틀즈 사운드는 여전히 훌륭하다. 이번 버전과 구판을 비교하며 예전 걸 폄하하고 싶지 않다. 두 버전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일단의 감상 결과, 구판이 카랑카랑하고 가볍다면 『The Beatles Remastered In Stereo』는 깊어졌고 정갈하다. 좀 더 서술하면 보컬은 선명하고 깊은 목소리를 내며, 음질은 틈 없이 잘 쌓여져 다른 팀의 2000년대 스튜디오 앨범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그만큼 현대적인데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2000년 발매된 어색한 리마스터링 『1』과는 비교 불가고, 미국반을 원본삼은 『The Capitol Albums』시리즈와도 거리가 있다. 한 마디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스 형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오로지 비틀즈라는 정갈한 글씨 자체만으로 반갑다. 음반 형태인 디스크 슬라이더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부클릿의 질은 우수하고, 내용물은 훌륭하다. 8. 서전트 앨범에 이어, 『A Hard Day's Night』, 『Magical Mystery Tour』, 화이트 앨범을 차례차례 듣는다. 아니라고 했지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하다. 역시 비틀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