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구창모 └2009 음악일기


결국 나에게 고전이란 송골매와 산울림부터 시작된다. 새벽 4시 즈음, 불현듯 구창모가 무지하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졸음도 밀려오고 다시 불을 켜고 음악을 듣기에 너무 지쳐 있었다. 욕망을 눌렀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나 바로 구창모를 찾았다.

구창모를 차근히 들으니 어렸을 적 〈E.T〉동요보다도 좋아했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오버랩 됐다. 여태껏 변함없이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내가 꼽는 우리 노래 3대 인트로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구창모를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80년대 키드들의 명작 〈영웅본색〉때문이다. 그 좋은 영화(?)에 구창모의 「희나리」를 리메이크한 나문의 「기허풍우(幾許風雨)」가 흐를 때, 우리 삼촌 노래처럼 우쭐했고 자랑스러웠다.

「희나리」는 성냥개비를 물고 강호의 추억을 말하던 주윤발과 최상의 조합을 이뤄냈다. 덕분에 나에게 구창모와 주윤발은 동격으로 설정됐다.

한때 구창모는 송골매의 후광과 「희나리」, 「방황」등의 히트에 힘입어 조용필의 아성에 근접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구창모가 월등하게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80년대, 구창모만큼 노래를 부른다는 건 가수로서의 기본이었고 대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구창모는 맑은 차처럼 목넘김이 좋고, 어떤 곡이든 쉽게 부른다는 장점만 다가왔다. 그의 노래는 매끈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송골매의 해체가 지속되고, 이들이 곧 우리의 역사가 되자 구창모의 부재가 크나큰 상실로 변환됐다.

아침부터 몇 년 전 〈콘서트 7080〉과 예전 〈빅쇼〉 그룹사운드 특집을 찾아봤다. 압권은 구창모였고, 방점도 구창모였다. 구창모에게 무방비로 감동 받았다. 그는 세월을 망각시킬 정도로 쟁쟁한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여기에 구창모와 배철수가 같이 서 있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김창완과 김수철을 압도했다. 구창모와 송골매의 존재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구창모는 작년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를 홍보하면서 올해는 싱글이든 앨범이든 노래를 꼭 발표하겠다고 약속을 했더랬다. 21세기가 들어 산울림과 구창모(송골매)의 새 앨범 얘기는 해마다 무성했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약속이행을 떠나, 구창모와 배철수는 더 늦기 전에 송골매 재결합 전국 투어와 새로운 노래를 발표해야 한다. 추억의 되새김질도 좋지만 이들 때문에 현재가 축복될 것이고, 송골매라는 고전의 재발굴과 진행을 통해 우리 대중음악에 풍성한 담론이 형성될 것이다.

그 시발점은 구창모의 귀환이라고 본다. 송골매의 일부였지만 전부이기도 했던 구창모가 너무나 그립다.



덧글

  • 류사부 2009/07/31 09:23 # 삭제 답글

    구창모..
    전 구창모보단 배철수지만 구창모가 재적하지 않았었던 송골매란 너무 아쉬운거 같네요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가에게, 처음 본 순간.. 구창모가 작곡했던 주옥같은 곡들은 송골매 역사에 있어 너무 큰 위치인거 같습니다.
    송골매도 다시 활동도 하고 박스도 나오고 ㅎㅎ 그러면 좋겠네요.
    산울림에 비해 너무 재조명이 없는거 같아요.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2 #

    류사부님 말씀에 백표 던져요~~
  • Livgren 2009/07/31 10:08 # 답글

    ...배철수씨께서 가끔 언급하시는 그분...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2 #

    예, 바로 그분입니다. ^^
  • 만월님 2009/07/31 11:11 # 답글

    키르기즈스탄에서 사업하신다는 그분..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2 #

    에, 돈 많이 버신 바로 그분입니다. ^^
  • arong2 2009/07/31 12:25 # 답글

    철수씨는 라디오에서 노래할 계획 없다고 줄창 말씀... 하시지만
    뭐 번복한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죠.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3 #

    그렇게 얘기는 하는데요. 2000년대 초반 인터뷰를 보면 또 그렇지 않네요.
    두고 보려고요.
  • 대합실 2009/07/31 13:01 # 답글

    그럼요. '어쩌다..'는 저같은 30대후반에게는 추억으로 회구하는 진리이지요. 구창모만한 가수가 참 드물죠.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3 #

    그렇죠. 드물지만 참 편한 가수였습니다.
  • 다이고로 2009/07/31 13:33 # 삭제 답글

    저도 그리워지네요...ㅎㅎ
    '희나리' 보다는 '문을열어','그대를 처음본순간' 같은 ㅎㅎ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목넘김이 참 좋았던 목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3 #

    볼 날이 올겁니다. ^^
  • 와우 2009/08/01 04:43 # 삭제 답글

    모두 다 사랑하리를 듣고 한때 뻑 갔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ㅎ ㅎㅎ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4 #

    남들이 부르면 참 어려운데, 구창모는 편하고 맛깔나게 부르죠.
    요게 차이인 것 같아요.
  • 이선길 2009/08/02 18:24 # 삭제 답글

    저기 구창모 시디 구할방법있을까요?
    구하기힘들던데 가능하신가요 그러면 연락좀부탁드립니다
    010*2831-4194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4 #

    말씀 듣고 여러 군데 찾아봤습니다.
    모두 없네요. 예전에는 중고로라도 몇 장 보였는데, 혹여 다시 발견하게 되면 기억했다 연락드릴께요.
  • 튤립 2009/08/02 21:13 # 삭제 답글

    아,구창모~그리운이란 단어에 공감~
    개인적으론 가요80년사에 최고보컬이란 생각^^
  • 음반수집가 2009/08/03 11:45 #

    ^^
    여러 분들이 말씀하시니 더욱 생생해지네요.
  • 코스모스 2009/08/22 18:35 # 삭제 답글

    대~~~~~~~~~~단한 매력의 남자...이분의 노래를 이분만큼 부르는 사람은 없을 듯..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정말 너무넘 그립네요.. 첫사랑을 안해본 사람에게 첫사랑같은 시대를 초월해서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영원히 멋 질 것 같은 사람 사랑합니다.
  • 음반수집가 2009/08/23 02:16 #

    건재하게 돌아올 겁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실현해야죠.
  • 그리움 2009/10/19 18:18 # 삭제 답글

    너무나 그립습니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목소리.
    이십하고도 수년 전 신촌의 어느 곳에서 눈을 감고 멋지게 노래를 불러 주던 그가 보고싶습니다.
    나도 그와 함께 이렇게 세월을 가져갑니다...
  • 음반수집가 2009/10/20 14:29 #

    오래 전 추억이시군요.
    언제고 현장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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