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노무현 └2009 음악일기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토요일 모든 일정을 전폐하고 낮술을 먹었다.

2002년 겨울 그가 당선됐을 때, 환호했다. 정말로 세상에 바뀔 줄 알았다.
델리스파이스의 「작은 연못」을 듣고 또 들으며 기뻐했다.

이라크 파병시, 거리로 나가 파병 반대를 외쳤지만 그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김선일 씨 귀천시, 성명서를 쓰면서도 그도 많이 아팠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한미 FTA라는 악수를 보면서, 참모들의 무능함을 탓했을 뿐,
어떡하든 그를 이해하려 했다.

임기 말 그를 두 번 만났다. 그는 여전히 분노했고 언론 탓을 했다.
조금 더 통이 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랬지만 자존심이 지독히 셌다.
하지만 노무현이라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퇴임 후 봉화마을 낙향은 노무현다웠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 줄기차게 주창한 지역균형발전을 몸소 실행하고 있었다.
지난 과오를 씻고 새로운 선례를 남기길 바랬다.
민간인들과 사진 찍는 노무현을 보며 도저히 미워할 수 없었다.

검찰 수사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전과 14범한테는 혐의 없음을 말하던 놈들이...
10억을 100달러로 쓰는 언론이나 그를 계속 압박하는 청와대는 어떻고.

그들은 노무현을 발가벗겨 공중에 매달았다.
그 모멸감과 수치심을 어떡하라고...
가장 비겁하게 가족들 건드리는 수법하고는...
그들에게 노무현은 무서웠나 보다. 도저히 죽이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명백한 타살이지만 그는 죽음마저도 아름다웠다.
술을 먹고 또 먹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멍하고 많이 아프다. 하늘에서는 책도 읽고 글도 쓰시길...
존 레논의 「Imagine」을 들으며 가장 아름다웠던 노무현의 눈물을 생각한다.

안녕, 노무현.
울음을 참고 가만히 소리 내 본다.


덧글

  • sunjoy 2009/05/24 13:18 # 삭제 답글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가 우리 곁을 떠났을지라도
    우리는 그대를 보내지 아니할 것입니다.
  • 웬리 2009/05/24 20:56 # 삭제 답글

    어떤 이가 했던 말마따나, 그는 우리나라가 가질 수 없는 대통령 이었나 봅니다.
  • 김갱 2009/05/25 00:25 # 답글

    이제 편히 쉬시세요....
  • 5thBeatles 2009/05/25 00:29 # 삭제 답글

    자고 일어나면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침 일어나자마자 들어간 인터넷에서 어제 저녁까진 보지 못했던 운구차와 영정사진들을 보니까, 현실은 믿기 힘든 시궁창/지옥에서 바뀐 게 없다는 사실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인터넷 기사들만 보면서, 그냥 울기만 했네요. 배고픔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신체대사는 신경쓰이지도 않고, 이 사실을 하면 잠시라도 잊을까 빈 속에 술만 마셨더니 돌아오는 건 더욱 더 쓰라린 현실.

    정말 이렇게 떠난 그가 너무 야속하네요.
  • Euridice 2009/05/25 09:00 # 답글

    님의 글을 읽으며 노무현 씨에 대해 제가 느꼈던 애증(?)의 행로를 다시 돌아보는 듯 싶었습니다. 델리스파이스의 「작은 연못」을 들으신 거랑 임기 말 그를 두 번 만나신 것, 그리고 존 레논의 「Imagine」을 들으신 일을 빼면... 고인에 대해 아마 우리와 비슷한 감정적인 행로를 걸어 온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 NePHiliM 2009/05/25 10:59 # 답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네피
  • 미小년락커 2009/05/25 11:01 # 답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코코넛 2009/05/25 13:59 # 삭제 답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의 열정과 자신을 반겨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 음반수집가 2009/05/26 01:27 # 답글

    모든 분들께 // 고인의 명복을 빌고 또 빕니다.
  • 빠워 2009/05/26 15:17 # 삭제 답글

    저는 아직도 멍합니다.현실감이 없어서 인지 눈물도 안 나고 분노도 치밀어 오르지 않고 있네요.아마..29일이 지나면 그때야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며 소리지를 것 같습니다.이건 아니라고..안 된다고...잃어버린 10년을 짖어대던 개떼들의 소원처럼 이 나라는 10년 전..아니 20년 전 까까머리 고딩때의 암울했던 시절로 되돌아 가버릴 것만 같습니다....
  • 음반수집가 2009/05/26 16:42 #

    한 사흘 앓다가 오늘이 되니 조금 정신이 드네요.
    내일 추모제가 열리는 서대전공원을 다시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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