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 5월 └2009 음악일기


스무 살 무렵, 5월이 되면 그렇게 연애가 하고 싶었더랬다. 몇 년의 기대가 결실을 맺기도 했고, 결혼도 5월에 했다. 하지만 이런 연애 감정과는 달리 2009년 5월은 심신이 무척 피곤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아내에게 빚을 갚고, 아들에게 빚을 갚고, 어미에게 빚을 갚고, 친구에게 빚을 갚고, 선배에게 빚을 갚고, 사람과 사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불편하다. 많이 불편하다. 아직도 여기저기 갚아야 할 빚이 남았다.

나쁘지는 않은데, 불안하고 두렵다. 편한 술 한 번 게울 때까지 먹고픈 소망이 가득하다. 생의 몇 번째 고비를 다시 넘고 있는 중이다. 현명하게 사고하고, 지혜롭게 행동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공일오비의 『6집』을 가감 없이 들었다. 음악과 기계의 만남이 미래라는 경구로 가득 찬 앨범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공일오비 음악대로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이, 느림보다는 거대한 규모가 지금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의 체온에, 눈빛에 감사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사소한 거에 더 집중하려고 발버둥 친다. 원래 역사의 전환점은 사소한 곳부터 시작됐다.

하나에 충실하다 보면 뭔가 보일 것 같다. 5월이 끝날 무렵 나에게 진 빚까지도 모두 갚았으면 좋겠다.

덧글

  • Run192Km 2009/05/13 10:36 # 답글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네요..
    분위기는 잘 잡은 것 같은데 마지막 어설픈 CG로 확 깨버리는..;;

  • 음반수집가 2009/05/13 16:19 #

    그래도 당시를 생각하면 괜찮다고 생각횝니다. ^^
  • 여행 2009/05/13 14:24 # 답글

    의미심장한 이야기네요. 오늘은 공일오비의 노래를 들어야 할 것 같네요^^
  • 음반수집가 2009/05/13 16:20 #

    너무 좋더군요. 좋은 날 되세요.
  • 라이네나무 2009/05/13 14:40 # 삭제 답글

    저도 아날로그적인것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현재의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네요.

    힘든일도 좋은 음악으로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 음반수집가 2009/05/13 16:20 #

    감사합니다.
  • 지기 2009/05/14 01:13 # 답글

    요즘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봐요. 걱정이 되네요. 부디 모두 극복하시고 가벼운 마음 되시면 좋겠어요.
  • 음반수집가 2009/05/14 16:56 #

    아닙니다. 편한 시기 잘 보내고 있습니다. ^^

    걱정해주셔 감사합니다.

    언제 소주 한잔 해야죠~~
  • 석원 2009/05/14 02:15 # 답글

    마이 밸리에서 제목보고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네요. 저는 한국 현대사의 채무관계를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너무 거대담론 중심의 사고방식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상은 개인들의 삶이 만드는 것을...
  • 음반수집가 2009/05/14 16:56 #

    국가와 시대가 그렇게 개인을 만들었습니다. ^^
    반성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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