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서태지는 그의 모든 음악이 담긴 박스세트 『[&] Seotaiji 15th Anniversary』를 한정반으로 발매했다. 『[&] Seotaiji 15th Anniversary』 1만 5천장은 예약 개시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모두 판매됐고, 다시금 서태지의 위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서태지의 박스세트는 팔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매시장에 다시 등장했고, 가격은 원가의 세 배로 거래됐다. 2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까지도 서태지의 박스세트는 경매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고, 더불어 서태지의 모든 앨범 또한 희귀반이 되어 비싸게 거래되기는 마찬가지다.
서태지는 그의 앨범이 고가에 거래되자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모든 앨범을 재발매한다고 밝혔고 2009년 4월에 이르러 1차분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1, 2집을 재발매 했다.
작년부터 나온다는 앨범들이었기 때문에 기다림에 조금 지쳐있었다. 서태지의 모든 정규앨범을 가지고 있지만 박스세트를 통해 리마스터링 버전의 우수함을 확인했기에 사고 싶었고, 아이들 시절의 조악한 디자인과 부클릿이 개선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발매일이 되자마자 레코드 매장을 방문했다. 예상대로 여느 뮤지션과는 다르게 그의 동일한 앨범 수십 장이 한 줄로 진열돼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초반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 1, 2집을 사자마자 앉아 자리에서 포장을 벗기니 부클릿과 디자인, CD 프린팅까지 모두 그 초라한 오리지널과 똑같다. 리마스터링 표기도, 보너스 트랙도 명기돼있지 않다. 발매사와 발매년도만 바뀌었을 뿐이다.

서태지이기에 어리둥절했다. 최근 나온 그의 『Atomos Part Moai』나 『Atomos Part Secret』의 현란한 디자인과 화려한 외형물을 볼 때, 이번 재발매반도 그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백번 양보해서 오리지널과 같은 구성을 취했다 하더라도, 보너스트랙 명기는 해줘야하는 게 예의 아닌가.
가득이나 음원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음반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 소비자는 음원을 사는 게 아니라, 음원을 포함한 디자인, 글씨, 내용물 등 음반 전체에 매혹 당한다. 이러면 MP3와 CD의 차이가 무언가.
물론 시장에서 3, 4만원에 거래되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음반을 음질 좋고, 보너스 트랙 들어있는 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건 아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오리지널 이전에 한국대중음악의 자료로써 충실하기를 바랬다. 라이너 노트도 수록하고,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의 의미도 담고, 음반 한 장을 통해 서태지의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 음악의 자산으로 꾸며지기를 욕심 부렸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70년대 컬트 명작들과 인디 명반들이 리마스터링 되고, 산울림․송골매 등 예전 명장들의 음반이 재발매되기도 했지만, 주류에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반을 리마스터링하고 보너스 트랙을 수록해 앨범 전체를 낱장으로 발매하는 건 서태지가 최초다.
모범이 필요했다. 이러면 언제고 작업에 들어갈 조용필이나 들국화, 이문세 등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송골매와 산울림의 허술한 재발매반을 보며 얼마나 이를 박박 갈았던가. 적어도 서태지라면 자신의 의지대로 앨범을 발매할 수 있지 않나.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끝도 없는 성장에 비해 음반시장의 몰락은 소비자를 탓하기 이전에 자성이 필요하다. 한 장이라도, 한 곡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발매하는 장인 정신을 먼저 보여 달라는 말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아니다. 우수한 품질로 고전을 재발굴 하는 몇몇 소규모 레이블의 선전을 왜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형 레이블이 못 따라가는가.

서태지의 음악은 온갖 기술로 무장한 채 알아듣기도 힘든 노랫말로 매번 진일보(?)하는 반면, 재발매반의 오리지널 답습은 조소가 인다. 원작과 동일한 디자인이라고 거품 무는 게 아니다.
정말 CD만 구웠다. CD에 맞지도 않는 헐렁한 비닐 포장이며, 디자인에 투자 없이 그대로 가져온 부클릿과 CD 프린팅은 이번 재발매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팔기 위해 재탕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팔려면 제대로 된 소비재를 만들던가, 아니라면 박스세트에서 끝냈어야 했다. 이건 팬들과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덧글
역시 한대수 박스세트를 뛰어넘을 만한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은 듯 합니다.
언제고 되겠죠. 그래야죠.
다른 사람은 몰라두 서태지라면 지금의 열악한 시장 사정 속에서도
가능한 것들이 많을 텐데 말이죠
... 그래도 어차피 이미 기대를 버린 참이라서 그냥 주문할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막귀인지라 리마스터링 재발매라던가 디자인을 바꾸거나
디브이디를 끼워서 재발매하는 형태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데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가기는 가는군요.
적어도 라이너 노트정도는 넣어서 지금부터 서태지를 들을 사람들을,
그리고 지금껏 들었으나 다시 좋아진 음질로 들을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없는것 같네요.
얼마전 일본에 kiss의 재녹음 베스트가 발매되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박스세트로. 별반 상관도 없는데도
과거의 영광을 재녹음이라는 명목아래 만들어대는 kiss와
서태지가 자꾸 겹쳐지더군요.
물론 과거를 사골우리듯 우려먹는 kiss와 아직은 현재진행형인
서태지는 엄연히 다르지만 말입니다.
늘 보기만 하다가 잡덧글 한번 남겨봅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기왕 재발매한다면 좀 성의있게 만들기를 바랬습니다.
자주 놀러오시고요. otane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다른 부분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네요.
그래도 리마스터링을 했으니 음질 차이는 나겠죠???
그부분은 기대해 볼랍니다..
예, 넥스트 1집 마스터테잎 분실 사건은 알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 우리네 풍토였죠. 그리고...신해철... 그 친구 말은 아직까지는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
어렸을 적에 1집부터 5집까지는 테이프로 주욱 샀었기에 그래도
뭐 CD 재발매 해주어서 고맙단 맘이 들더군요. ㅜㅜ
우리만의 권리가 있는데도 참 아이러니하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디자인이 나아진게 없다는건 저도 유감입니다만, 어쨌건 재발매를 낱장으로 해준 것은 그도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것에 욕먹고 싶지 않고, 정규 8집의 완성본을 내기전에 이벤트를 치를 이유도 있기에 한 일이니까, 소비자 입장에선 발매 자체는 반갑습니다. 3,4집은 조금 더 신경써서 부클릿을 좀 해줬으면 싶네요...
근데, 이런 어이없는 경우는 직배사의 재발매본에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건즈 앤 로지스 신보 출시 기념으로 카탈로그 재발매를 했습니다만,
2곡이나 짤린 [Use Your Illusion 1]을 그 상태 그대로 내다니요...허걱...
2. 부클릿은 계속 원작대로 갈 것 같네요.
3. 워낙 국내 저가판은 악명높으니~~ 패스 ㅠㅠ
골수팬들과 함께 즐기고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까진 그렇다고 쳐도
이러면 그 골수팬들하고 신나게 잘 노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좋은 글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혹시나 계약한 예당에서 일방적으로 팔기위한 조치로 보여질 정도로 실망이 드는것은 사실이네요 시디세대들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고 할까요 마치 mp3에 밀려 관심없이 내논 15주년에 대한 일종의 보상차원으로밖에 안보인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리마스터링 개별판매를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8집과 8집까지 포함한 박스세트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구매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일종의 상술일수도 있으나
서태지 정도의 브랜드라면 충분히 할수 있는 상품화 마케팅이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에 나온 U2 나 METALLICA의 신보 그리고 라디오헤드를 잘 참조하면 좋을듯 하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네요
답답함이 있어 말했습니다.
이미 "서태지" 자체가 시장을 선도하기에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랬답니다.
기존 앨범이외에 추가로 북클릿을 만들어준다던가
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많을텐데
이번 재발매판은 서태지라는 명성에 맞지않게
실망입니다.
이미 팔린 만큼 팔린 앨범이고, 다시 팬 서비스 차원으로 나왔다면
의미부여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발매는 인쇄하고, 단지 구웠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서태지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산다는 걸 알 겁니다.
더 나아가 1만 5천장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재발매이기도 합니다.
기존반은 음질 좋은 리마스터링 반은 아니니까요.
민감하면 민감한데로 할 말이 있는거니 이해해 주시길~
초판이면 모르겠지만 재판이니...
그건 재발매가 아니죠. 지금은 92년도가 아니라 2009년입니다.
2. 텍스트 자체의 의미를 말한 겁니다. 서태지에 대한 1차 자료를 어디서 찾냐는 거죠. 저는 아티스트의 도구인 음반으로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주인장님 글을 읽고 보니 좀... 아쉽기도 하네요
일정부분 동의해 주셔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 디자이너는 많지만 음반기획부분이 부족한 것인지...
외국음반의 리마스터반에 빼곡히 들어찬 여러명의 라이너 노트 곡에 대한 아티스트의 코멘터리. 원어로 적혀있어서 "차라리 가사나 넣어놓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읽지 않게되었는데 이렇게 국내 리마스터반 리이슈반을 접하게되니 아쉽네요.
일본 라이센스반처럼 오리지널 아트웍속에 추가로 부클릿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속에 무엇을 넣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넣을 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제대로된 부클릿을 넣기에는
그 또한 엄청난 정성과 자료 등등이 필요할텐데. 거기까지 아티스트의 탓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당시 서태지의 팬은 아니었지만 요즘 서태지의 행보에 마음속으로 응원을 하게된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있네요 이번 리이슈는.
그렇다면 아예 레이블 마저도 인정해줘야죠.
1. 너무 급히 냈고
2. 변명이 억지스럽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수집가님의 의견과는 다릅니다.
서태지 재발매 소식이 들었을때 가장 먼저 바란것이 '제발 오리지널 CD 그대로 내줘'였습니다. 위의 몇몇분이 쓰신 것처럼 '오리지널 그대로 주의'...라고 해야겠죠.
왜 있잖습니까... 유앤미블루라고. 유앤미1집과 2집 초판은
1집: Nices/Samsung Music(1994)
2집: LG Media(1996)
그 이후 삼성과 LG가 음반산업 철수하고... 송 스튜디오에서 재발매가 되었지요. 그런데 재킷, 부클릿, 리어재킷,알판 모두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송홍섭씨가 말하길 '초판과의 구별을 위해 의도적으로 디자인을 변형시켰다'라고 하였는데, 저는 솔직히 기가 찼습니다. 아니... 재발매라고.. 왜 바꾸죠?
음반에서 재킷/리어재킷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앨범 재킷이 너무너무도 유명한 앨범들...예를들어
페퍼상사
애비로드
더월
네버마인드
만약 이런 앨범들이 재발매했다고 디자인 바뀌길 바라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앨범의 재현이 더 좋다고 봅니다.
한편. 바로 위에서 댓글로 쓰신 '이번 리이슈, 원작을 존중했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아예 레이블 마저도 인정해줘야죠' 이 구절은 좀 생각이 다르네요. 새로운 회사가 판권을 갖고 있다면... 오리지널앨범의 디자인을 살리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상호(레이블) 찍혀있는 것 그대로 할 수는 당연히 없죠. 예당이 무슨 권리로 '반도'라는 상호를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다고 자사 레이블도 아닌 타사명을 쓸 수 있겠습니까? 이건 그 어떤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요약:
1.수집가 님의 의견도 상당부분 이해할 수 있음. (딴지거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2. 다만 '추가자료를 원하는 사람' or '오리지널 그대로를 원하는 사람' 중
후자의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므로 그점은 이해하시길 바람.
3. 원작을 존중했다는 것에서 '이전 레이블조차 인정해야한다(그대로 표기해야한다)'는 주장은 반대임.
4. 첨부된 보너스 트랙을 표기하지 않은 점(이건 뭐, 애비로드LP때 Her Majesty같은... 히든트랙이라고 봐야하나요? ^^ 표기가 안되어있으니), 리매스터링되었다는 것이 표기되지 않은 점(Digitally re-mastered by XXX, 2009)은 문제라는 것에 수집가 님과 의견이 같음.
이상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나가다님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
지나가다님 말씀도 옳습니다.
서태지 너무 거품으로 먹고살아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