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뮤지션 └2008 음악일기


계절이 바뀌니 입을만한 옷이 없다. 그놈의 CD가 뭔지, 돈이 생기면 CD외에는 나에게 거의 쓰지 않아 옆에서 보면, 동네에서 죽치는 30년 된 아저씨다(사실 아저씨가 맞다). 그러던 차, 아내가 열심히 일해서 받았다며 10만 원짜리 기프트 카드를 선물로 준다.

하지만 옷을 사고 싶은 욕망이 3% 정도 밖에는 들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CD들이 춤을 추었다. 관휘 장난감도 생각났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밀어 놓고 음반 사이트를 뒤졌다. 1차분으로 중고 CD 석 장을 사고, 음악 관련 책 몇 권을 구입하니 7만원이 훌쩍 넘는다. 남은 카드 잔액으로도 음반을 사려고 작정 중이다. 내가 사는 게 이렇다. 스무살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한 아이의 아비가 되니 창피하다.

1차분으로 구입한 CD들이 도착했다. 이름만 들어도 그냥 좋은 음악을 펼쳐질 거라는 데이비드 보위, 킹 크림슨, 밥 딜런이다.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162. David Bowie, 『Diamond Dogs』(EMI, 1974/1999)
  163. King Crimson, 『Three Of A Perfect Fair』(Virgin, 1984/2001)
  164. Bob Dylan, 『Modern Times』(SonyBMG, 2006)


데이비드 보위의 『Diamond Dogs』를 구입하며 그의 70년대 정규 음반은 『Pinups』 단 한 장을 남기게 됐다. 몇 년에 걸친 컬렉션이 끝나가는구나.

『Diamond Dogs』는 조지 오웰의 『1984』를 컨셉으로 잡으려다 유족들이 허락하지 않아 꿈으로 끝났고,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믹 론슨(Mick Ronson)은 이 앨범부터 더 이상 보위의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위는 왜 믹 론슨을 짤랐을까. 아쉽다. 이 앨범은 평론가나 보위 팬들에게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중간이 없다.

2000년 초엽 킹 크림슨의 모든 앨범이 리마스터링 되며 그때 돈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수입됐는데, 어느날 부터 보이지 않더니 이제는 위시리스트에 1년을 담아 놓아도 입고가 잘 되지 않는다. 간혹 입고돼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살때 사야 하는데, 뒤 늦은 후회를 하면 무엇하냐.

올 들어 킹 크림슨에 굉장한 관심이 간다. 그 모양세가 예전 선동열의 재생이다. 볼펜진에서 던지게 해 달라고 몸을 푸는데, 그 유혹을 참기 힘들다. 투입하면 이기는데 망설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Three Of A Perfect Fair』를 들으며 일단 1승을 추가한다.

내가 음악을 들으며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클래식, 다른 하나는 재즈, 마지막으로 밥 딜런이다. 이유인 즉 간단하다.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고 가정 경제가 파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견디어 왔는데 그만 밥 딜런의 마수에 빠지고 말았다.

메탈 키드가 통기타 하나에 건성으로 부르는 밥 딜런을 좋아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음악이란 게 그런가. 좋으면 덤비기 마련이다. 얼마 전부터 밥 딜런 다시 듣기를 시작했는데, 예상했던데로, 상상했던데로 훌륭했다. 6, 70년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펼쳐놓고 구매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집어던졌다. 뭐부터 사야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단순하게 역순으로 가기로 했다. 『Modern Times』는 그 결과물이다.


덧글

  • 총천연색 2008/10/21 21:26 # 답글

    나중에 관휘한테 물려주기에 더없이 좋지 않습니까!
    예전에 상상하셨던 아버지와 음악이야기 나누는 관휘를 떠올리며. ~_~)/

    밥딜런의 음악 진득하니 접해봐야겠습니다.
    각오 단단히 하고!
  • 음반수집가 2008/10/22 00:19 #

    그렇지 않아도 관휘에게 물려줄 건 CD밖에 없습니다.
    지 싫다면 어디 박물관 같은데, 기증하던지 그도 아니라면 다 팔고나서 마누라랑 여행이나 다려오렵니다.

    밥 딜런, 그처럼 그냥 편한히 들으세요.
  • 지기 2008/10/21 23:36 # 답글

    보위의 컬렉션이 거의 끝나가시는군요! 저에겐 아직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보위의 음악은 천천~히 여유있게 접해가려고 합니다.

    딜런의 음반은 혹시 Blood on the the tracks 앨범 없으시다면, 이걸 가장 추천하고 싶습니다! 딜런의 개인적인 고통과 절망 속에서 태어난 너무도 진솔하고 감동적인 음반입니다.ㅠㅠ
  • 음반수집가 2008/10/22 00:20 #

    진득하게 가십쇼. 그래야 재밌죠. ^^

    밥 딜린의 음반이 워낙 유명하니 몇 장은 가지고 있습니다. Blood on the the tracks 도 그 중 한 장이고, 필 받고 있습니다.
  • 히치하이커 2008/10/22 19:04 # 답글

    저는 밥딜런 엠티비 언플러그드 라이브(기왕이면 + DVD로)를 노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_+
  • 음반수집가 2008/10/22 23:35 #

    호호호 ~~
    힘껏 때리세요. ^^
  • 청광 2008/10/23 23:10 # 답글

    보위 컬렉션은 저도 소망중인데 몇년이 걸릴까 모르겠습니다... 박스셋이라도 사지 않는한 전작 컬렉팅이란게 참 지난한 길이더라고요.
    Diamond Dogs는 이 앨범을 비난하는 평론을 잘 이해 못하겠습니다. 30주년 기념판까지 나온걸 보면 보위 본인은 앨범을 꽤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 음반수집가 2008/10/24 11:17 #

    완전 80년대 풍인데, 깊더군요.
    많이 앞서가는 아티스트였다는 걸 다시 한 번 인정하게 됐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