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여, 불온함을 노래하라! 음악이야기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수영,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김수영 산문』(민음사, 1981), 159쪽.

한대수의 헌정 앨범 『물 좀 주소』가 발매된다. 이 앨범은 다른 헌정 앨범과는 다르게 「물 좀 주소」 한곡만을 가지고 12팀이 각기 해석했다.

「물 좀 주소」는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의 물고문을 은유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이 노래가 들어 있는 『멀고 먼 길』은 체제에 불온하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된 아픈 역사가 있다.

한대수는 자의든, 타의든 김수영의 불온함을 몸으로 실천했고,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후배들에게 헌정을 받았다.

근래 들어 대중음악판에 기가 막힌 일어났다. 거리의 시인들 노현태가 「한반도 대운하」라는 노래를 만들고 이은하가 불렀는데, 노래가 재밌다. 재밌다 못해 숨이 막힌다.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라며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단다.

외국에서 힙합은 주류와 기성문화에 반기를 들며 나온 음악 장르다. 대중문화에 있어 아티스트의 자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대중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그 노래는 엄청난 힘을 얻는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굿모닝 베트남〉에서 「What A Wonderful World」를 들려주는 로빈 윌리암스의 독특한 반전 행위, 17대 대선에서 존 레논의 「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삼은 노무현 캠프의 전략, 이 모두가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백만 표의 힘을 얻는 게 음악이다.

대중예술이 정치색을 갖는 건 자유지만 비주류의 힙합뮤지션이 논란이 일고 있는 대운하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든 건 의아스럽다.

현정부의 수장이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토론과 대화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반대 이전에 대운하 사업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고 토론을 요청했지만 대통령과 그 일당들은 오로지 경제논리만을 내세우며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서 대운하를 지지하는 노래의 꼴은 우습다. 김수영은 모든 문화는 불온하다고 말했다. 문화를 대표하는 대중음악이 예술의 본질인 불온성을 잊은 채, 전혀 의심 없는 상태로 “천만년의 꿈”을 외치니 속이 타들어간다. 자신은 전혀 정치의식 없이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는 이은하의 말도 매 맞는 아이를 방관하는 어른과 같다. 자기 작품에 대해서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을까.

서울 강남갑구에서 출마한 힙합뮤지션 디지(본명 : 김원종)는 이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말하자면 디지는 예술의 불온성을 실천하고 있다. 국회 앞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고, 무책임한 음악가로 남고 싶지 않아 출마했다고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는 “매일 싸우고 헐뜯고 폭탄주에 성추행 하는 쓰레기들이 있는 국회에 가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싶어서, 또한 사랑하는 나라에서 경제를 살리는 것 이외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지를 실천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한다.

음악은 대단히 힘이 세다. 세상을 바꾸고, 꿈을 현실로 만든다. 예술의 본질은 불온부터 출발한다. 차라리 못하면 못한다고 말하는 정직함이 필요하다. 한대수와 아이들이 부른 “돈 한푼 안 받고 일하는 대통령”은 언제 즈음 나타날까. 제발, 창피하게 살지 말자.


덧글

  • megalo 2008/03/26 16:33 # 답글

    오늘은 집에가서 Rage Against The Machine 을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앙가주망 .. 은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요즘같아선 너무나 땡기네요.
  • 韓浪 2008/03/26 17:43 # 답글

    슬픈 현실은 여태 이 나라에서 결국 칭송받고 성공했던 건 대부분 '디지'가 아니고 '노현태'같은 자들이라 이거죠...
  • 2008/03/26 20: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3/27 01:10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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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27 13:2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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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반수집가 2008/03/27 16:44 # 답글

    megalo // RATM 여전히 안 들어오지만 1집 자켓만큼은 무지 좋아합니다. ^^

    韓浪 // 1MB 국민, 서글프네요. ㅠㅠ

    비공개 1님 // 답방 갔습니다. ^^ 환영합니다.

    비공개 2님 // 너무 잘해주셔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부담됩니다. 고맙기도 하고... 항상 감사합니다. 받기 전에 제가 먼저 선물드리고 받으렵니다.

    비공개 3님 // 문자 보내드렸습니다. 확인 전화 드리겠습니다. ^^
  • focus 2008/03/27 17:03 # 답글

    주소 입력마쳤습니다.. 주소가 웹상에 노출되실까봐.. 댓글은 삭제헸습니다^^
  • 2008/03/27 18: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3/27 18:1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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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27 20: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3/27 23: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음반수집가 2008/03/28 12:37 # 답글

    focus // 저같은 우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다고... 배려 감사합니다.

    비공개 1님 // 동감해주셔 감사합니다.

    비공개 2님 // 발췌 부분은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라는 산문입니다.

    비공개 3님 // 오늘 뵐 수 있겠네요. ^^

    비공개 4님 // 주객이 전도됐네요. ^^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2008/03/28 13: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음반수집가 2008/04/02 01:18 # 답글

    비공개님 // ㅠㅠ~~ 그래도 애정을 가져야겠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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