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월급날이 좋다 └2008 음악일기


이제는 내 월급으로 생활하는 게 빠듯해졌다. 아내는 주부고, 아이는 커간다. 월급 외에는 돈 들어오는 곳이 거의 없다. 종종 어머니와 처가에서 용돈을 주지만 받는 만큼 드리기 때문에 크게 남는 것도 없다.

위안이라면 작년까지만 해도 여섯 자리였던 월급이 올해는 한 자리가 더 늘었다는 정도다. 백만 원 조금 넘는 월급으로 온전히 한 달을 산다.

관휘가 커가며 들어가는 돈이 꽤 생겼다. 먹성도 좋아지고, 옷이며 장난감 등 나이에 맞는 비용이 커졌다. 아기 낳기 전이나 지금이나 월급이 거의 비슷하니 자연히 아내는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고, 나도 용돈을 제한한다.

가끔 아내가 융통성을 발휘해 내 용돈을 더 얹어주지만 예전처럼 음반을 마음껏 사지 못한다. 마음대로 CD를 못 사서 답답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제한된 돈을 쪼개서 음반사는 재미가 더없이 좋고, 월급을 타자마자 눈여겨 두었던 CD 두 세장을 살 때의 행위가 행복하다.

생활은 빡빡하지만 어찌어찌해서 한 달에 열 장 내외의 음반을 산다. 한정된 돈을 쓰는 지혜(음반 살 때만)가 생겼고, 간혹 들어오는 부수입은 고스란히 CD에 재투자된다. 철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내 생활에 만족하고, 음반 사는 기쁨은 변함없다.

3월, 월급을 탔고 CD를 샀다.

  34. Pink Floyd, 『Dark Side Of The Moon(SACD)』(EMI, 1973/2003)
  35. Motley Crue, 『Dr. Feelgood』(Motley, 1989/2003)
  36. 더더, 『The The 4th』(서울음반, 2003)


1. 작년 핑크 플로이드의 전 앨범을 LP미니어처로 담은 박스세트 『Oh By The Way』가 출시됐다. LP미니어처라면 환장을 하니 마음이 심란할 법도 한데, 사고 싶은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아시스의 전작을 LP미니어처로 재구입한 후, LP미니어처라는 포맷에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롤링 스톤즈의 앨범을 LP미니어처로 살 때만 하더라도 앙증맞고, 예쁜 디자인에 매료됐지만 실생활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실용성이 없었다. 자켓이 상할까봐 못 들고 다니고 CD의 흠집이 두려워 잘 꺼내지도 않는다.

상전을 모시려고 CD를 사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으려고 샀건만 정작 LP미니어처는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우수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LP미니어처로 재발매되면 사족을 못 쓴다. 만약 비틀즈의 모든 앨범이 LP미니어처화 된다면 무조건 살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세트를 못 산 게 마음 한편에 상처로 남았나 보다. 그 대안으로 『Dark Side Of The Moon』을 SACD로 샀다. 음원이 디지털화 되고, 파일로 날아다니다 보니 CD에 차별성을 입힌 게 SACD다. SACD는 아날로그에 근접하고 음이 깊이진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음질만큼은 최고다.

명작 『Dark Side Of The Moon』의 최우수품질 버전을 미뤄놓았다가 『Oh By The Way』를 사지 못한 걸 핑계 삼아 이제야 구입했다.

2. 2월 말, 서울에서 다이고로님과 재회했다. 정담을 나누다 그에게 좋아하는 음반 열 장을 물으니 첫 번째로 답한 앨범이 머틀리 클루의 『Dr. Feelgood』이다. 나도 예전에 머틀리 클루의 앨범을 몇 장 샀더랬다. 세월이 흘러 CD로 다시 산다 하면서 다른 음반들에 밀려 베스트 앨범만 한 장 겨우 구비해놓았다.

다이고로님이 첫 번째로 꼽는 앨범이니 안 살 수 없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80년대 헤비메탈을 다시 사고 싶은 욕망을 실현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내가 산 CD는 모두 그럴 듯한 구매 이유가 있다.

이들의 앨범 중 『Shout At The Devil』, 『Girls, Girls, Girls』, 『Dr. Feelgood』이 구매 1순위를 다퉜는데, 다이고로님의 말 한마디에 『Dr. Feelgood』이 낙찰됐다.

3. 2002년 한국 음악 평단은 김두수의 『자유혼』과 장필순의 『Soony 6』을 그해의 앨범으로 선택했고, 이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2003년 이들은 더더의 네 번째 앨범인 『The The 4th』다시 몰표를 준다. 인상적인 대목이었건만 『The The 4th』를 사는데 5년이 걸렸다.

밀어놓으면 한없다. 절판돼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며 그 음반을 찾지만 구하기가 수월치 않다. 나올 때 막힘없이 사야하건만 우리의 재화는 한정돼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살 수 있어 다행이다. 더더 4집을 평온하게 듣는다. 아, 한희정 연애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20080304불

덧글

  • 신랑각씨 2008/03/04 16:51 # 답글

    LP미니어처 다 좋은데 왜 오비에 그리 집착하는 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여러말을 들어보아도 다시 시장에 팔때 관리를 깨끗하게 한 증표 정도에 불과한 듯 하던데요. 특히 오비로 떡하니 오리지널 커버아트의 일부를 가린 채 찍어낸 사진을 보면 이건 만행이자 모욕이 아닐까 싶더군요...

    『Oh By The Way』는 많이 아쉬우시겠습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던 지라 원래 가지고 있던 핑플앨범들을 처분하면서 구매했더니 그리 큰돈을 들이지는 않았어요.

  • focus 2008/03/04 17:00 # 답글

    11월부터 일을 좀 많이 해놓은 덕분에 월급날이 좋다기 보다는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아무리 음질이 좋아도 SACD 는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차이를 잘느끼는 편도 아니라서..

    제가 좋아하는 2장의 명반이 포함되있네요~
  • 김응일 2008/03/04 17:10 # 답글

    맞습니다!! ^^ Dr. Feelgood 앨범이 정말 좋습니다. ㅎ
    그래도 저는 안 부르시고..
    제가 다이고로님께 투정 부렸습니다. 어찌 저는 안 부르셨냐고..

    80년대 HM계열 음반 중 뭐 개인차는 있겠습니다만 POISN의 'Flesh & Blood' 앨범도 좋습니다. 아울러 그 다음 앨범인 Native Tongue도 엄청 좋습니다. 리치 코젠 기타가 참 맛깔스럽거든요. ^^

    갑자기 떠오르는 Van Halen의 1984도 최고지요. ^^
    전 요즘 거의 Stone Roses와 Carcass만 듣고 있습니다.
  • 후안타 2008/03/04 17:52 # 답글

    저도 테입이나 lp로 갖고 있던 음반들을 cd로 업글하는중인데,,닥터필굿앨범은 어이없게도 닥터필굿이 짤린채 발매되었던 라이센스lp를 갖고 있었죠,,,
    얼마전부터 생각이 나서 cd를 구하는데 좀처럼 나오는데가 없더라구요,,

    위에 반헤일런 말씀을 하셔서 생각났는데 몇해전에 반헤일런 초기음반들이 재발매되었는데 가격도 착하고 마구 땡기고 있습니다.ㅋ
  • 짜로씨 2008/03/04 19:16 # 답글

    자제를 해야 하건만 이렇게 와보면 또 벌써 그분이 오신답니다........ㅡㅡ;;
    (요즘엔 Lenny Kravitz와 Iggy pop에 뿅뿅뿅 합니다...ㅎㅎ)
  • 예거마이스터 2008/03/04 22:48 # 답글

    저도 최근에 겨우 구하게 된 Iron Maiden 앨범 3장(Fear Of The Dark, The Number Of The Beast,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을 사고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이런게 행복이지요... ^^
  • 뒹굴이 2008/03/04 23:12 # 답글

    안녕하세요, 질문 한가지만 드리겠습니다.
    음반수집가님은 새CD만 모으시나요?
  • 음반수집가 2008/03/04 23:29 # 답글

    신랑각씨 // 아는 게 병이 되는가 봅니다. 예전에는 노래 듣는 자체가 좋았는데, 자꾸 집착하네요. 이제는 그 OBI까지도 이해가 된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시길 ^^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셋은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사지 않은 이유는 후회할 때마다 들을 음반은 있기 때문이죠. 후회해도 음반으로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음악이 더 안타깝거든요. 여하튼 박스세트 부럽고 제가 가진 것처럼 좋네요.

    focus // 하~~ 저도 좀... ^^
    SACD와 기존에 가지고 있는 CD의 음질을 비교하면 확연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먼저죠. 인정합니다.

    그 두 장 유추가 되는데, 콕 집어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김응일 //

    -_-;;

    흠...

    음...

    호...

    하...

    뭐라 말씀하셔도 변명 없습니다. 모두 다이고로님의 만행입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모두 제 탓 습니다. ^^

    다음에는 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포이즌의 Flesh & Blood의 테이프로 가지고 있는데, CD로 업그레이드 하시라 말씀하시는군요. 쿠~~ 강요 아닌 강요를 하신 겁니다.
    Carcass는 처음 듣습니다. 찾아보고 들어보겠습니다.

    후안타 // 당시 말씀하신 만행들이 많았죠. 근래 머틀리 클루 앨범 풀렸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오늘 퇴근하면 들으니 좋더군요. 짜임새 있고, 화려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짜로씨 // 이기팝은 역부러 피하고 있습니다. 맛들며 또... 후, 우리네 인생은 왜이리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예거마이스터 // 어제 메이든의 앨범들을 들었다 놨다가.. 여하튼 계속 그랬답니다. 확인사살하시는군요. 아무래도 여름이 되기 전 아이언 메이든의 앨볌 몇 장 지를 것 같습니다.

    뒹굴이 // 아~~ 아닙니다.
    제 블로그에 몇 차례 썼는데요. CD는 신품 중고 관계없이 가급적 비용 저렴하고 깨끗하면 된답니다. 다시 말씀 드려 중고 음반도 무지 삽니다. ^^
  • 뒹굴이 2008/03/04 23:55 # 답글

    '중고'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을... ^^;;
    중요한 건 아니구요, 혹시 종로쪽 지나실 일 있으면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광화문점에 들러보시라구요.
    많지는 않지만 원하시던 가요 CD가 한두장 정도라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김민기 컬렉션은 거기서 완성했거든요.
  • 음반수집가 2008/03/05 00:01 # 답글

    아, 아름다운 가게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대전에도 있긴 있는데, CD는 없답니다.
    종종 서울을 가는데, 종로 쪽에 가게 되면 필히 아름다운가게에 들리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Rosa 2008/03/05 00:03 # 답글

    남는것도 없다는 말에 푹 하고 웃었지만 왠지, 마음이 짠 하네요..저도 부모 입장이 되다보니 아이들 생각이 나서요..그 음반 사랑은 정말로 지극합니다..홧팅~
  • 요로레히 2008/03/05 00:45 # 답글

    요즘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음반수집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창피하군요... 요번달은 저도 음반을 좀 살까 합니다... 헤헤
  • 유로스 2008/03/05 01:21 # 답글

    더더 4집과 푸른새벽 1집은 확실히 좋습니다.
  • 꿈의대화 2008/03/05 01:32 # 답글

    우왕ㅋSuper Audio Compact Disc굳ㅋ
  • 핑크빛스카프 2008/03/05 09:18 # 답글

    저는 『The The 4th』에서 특히 "Tomorrow"와 "그대 날 잊어줘" 무한 반복으로 많이 듣고 있습니다.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부산영화제 공연행사에서 보았을때 그 여자 보컬 모습이 계속 떠오른답니다. ^^
  • 닥터필굿앨범흠좀짱! 2008/03/05 10:10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달리 할말은 없고 그냥(..) 트랙백 날립니다...
    동반자랑 대전원정 준비중입니다...ㅋㅋ

  • 음반수집가 2008/03/05 13:45 # 답글

    Rosa // 음반 사랑, 지독하죠. 아직까지는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요로레히 // 어둠의 경로면 어떠십니까. 즐기고 평온함 느끼면 되죠. 너무 버거워 마세요. 음반 사는 게 답은 아니랍니다.

    유로스 // 푸른새벽 1집은 계속 밀리네요. 한혜정에게 반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요것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군요. 후~

    꿈의대화 // 굿굿굿~~~ ^^

    핑크빛스카프 // 앨범 전체 짜임새가 매우 좋습니다. 아직 특정 곡보다는 앨범 자체가 좋네요. 풍부한 맛을 가진 좋은 음식처럼 느껴집니다.

    닥터필굿앨범흠좀짱! // 원정 준비 끝나면 말씀해 주십시오. 봄맞이 대청소 하겠습니다. ㅋ~~
  • Zikk 2008/03/06 00:31 # 답글

    아~ 어제 스페이스 공감에서 김두수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너무 행복하더군요~^^ 저도 더더의 앨범 들어보고 싶네요.
    닥털삘굿은 한 6년째 미루고 있습니다. 도대체 세상엔 사야할 음반이 왜이리 많은 걸까요. ㅋ
  • 음반수집가 2008/03/06 10:25 # 답글

    Zikk // 아 보셨군요. 부럽삼~~ 참조로 스페이스 공감 방송시간대 변경 너무 안타깝습니다.

    많죠. 저도 몇 년씩 밀리는 앨범들이 많답니다. 어쩔 수 없죠. ㅠㅠ
  • ultrafunk 2008/03/06 12:43 # 답글

    dr. feelgood의 도입부는 정말 언제들어도 박진감이 넘치죠.
  • 음반수집가 2008/03/06 13:26 # 답글

    박진감 넘친다, 좋은 표현입니다. 동의합니다.
  • 진원사 2008/03/06 15:56 # 삭제 답글

    안그래도 저도 요즘 핑크 플로이드 음반들을 모으고 있는데...^^
  • 시린콧날 2008/03/07 14:34 # 삭제 답글

    글 잘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더더의 4집 얘기가 있어서 기분 좋으네요. 근데 보컬은 '한희정'씨가 맞는 이름입니다. ^^
  • 음반수집가 2008/03/07 15:31 # 답글

    진원사 // 행복하시겠습니다.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를 모을 때가 음악 들으며 가장 더 없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린콧날 // 종종 이런 만행을 저지르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달빛나그네 2008/03/20 12:3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우연히 지나다가 '음반수집가'님의 블로그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역시 오랜동안 음악을 사랑하고 음반을 모으고 있지만 수집가님의 열정과 애정에는 전혀 미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 음반수집가 2008/03/20 20:02 # 답글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시고요. 좋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
    행복한 나날 되세요.
  • 엉어 2008/10/09 21:12 # 삭제 답글

    죄송하지만 더더4집 어찌구하셨습니까/ ㅠㅠ
  • 음반수집가 2008/10/09 23:46 #

    알아보고 덧글 다시 달겠습니다. 하루만 기다려 주세요.
  • 엉어 2008/10/10 12:30 # 삭제 답글

    헉... 인사도 없이 무례하게 댓글만 쓰고갔는데...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음반수집가 2008/10/10 13:14 #

    어지간한 곳은 모두 품절이네요. 워낙 좋은 음반이니...

    다행히도 마침 넥스트뮤직에 있네요. 참조하세요.

    http://www.nextmusic.co.kr
  • 딩디링 2008/10/10 19:55 # 삭제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와서 말씀도 듣고 흔적도 남길게요. 정말이에요!! ㅎㅎ
  • 음반수집가 2008/10/10 23:15 #

    별말씀을요. 찾는 음반 있으시면 또 말씀하세요.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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