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기쁨 └2008 음악일기


점심시간 눈을 맞으며 잠시 걸었다. CDP로는 송골매의 일곱 번째 앨범을 재생했다. 날씨는 견딜만 했고, 옷을 적시는 눈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송골매의 음악이 너무도 좋았다. 점심시간을 온전히 송골매에게 맡겼다.

흔히 송골매 하면 "배철수 + 구창모"의 등식을 연상하지만 구창모는 송골매가 발표한 아홉 장의 앨범 중 세 장에만 참여했다. 구창모가 탈퇴했어도 송골매는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이들 모두 허투룬 음악이 아니다. 송골매의 중후기 앨범 중 『9집』을 가장 좋아했는데, 오늘부로 『7집』을 수위에 올렸다.

『7집』이 매력적인 이유는 오로지 음악 하나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컨셉앨범처럼 개성 강한 곡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는데, 지금에서 이점이 놀랍다. 높은음자리의 김장수가 만든 비장하고 세련된 「새가 되어 날으리」도 예외가 아니다. 튀는 감 없이 앨범에 녹아든다. 배철수의 노심초사가 선명히 들어오는 작품이다.

『7집』의 또다른 매력은 음반 커버다. 송골매의 앨범 자켓은 모두 괜찮은데, 그중 『7집』커버를 가장 좋아한다. 비 맞으며 담담하게 걷는 사내들의 모습이 좋다. 이 커버는 박현채 선생이 엮은 『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표지와 많이 닮았다. 『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는 내용보다는 책 표지 때문에 여전히 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책이다.


굳이 정치적인 해석을 붙이고 싶지 않지만 송골매의 『7집』이 1987년 5월에 나왔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물론 노래들에는 정치적인 수사가 없다. 어디까지나 당시 성행했던 헤비메탈을 음악 속에 담으려는 송골매의 고민만 배어 있다.

그럼에도 송골매 『7집』의 앨범 커버와 『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책 표지를 보면 요상스런 상관관계를 느낀다. 송골매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공상이지만 어차피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해석은 청자의 몫 아니던가.

※ 부기 1 : 박현채 선생이 엮은 『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표지는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집에서 발췌한 사진으로 4․19혁명 5주년 기념일에 종로에서 벌인 빗속 침묵시위의 한 장면이다.

※ 부기 2 : 공교롭게도 시나위의 대표곡 「새가 되어 가리」도 87년 작이다. 87년 이 땅의 락커들도 답답한 현실 속에서 비상을 꿈꿨나 보다.
―2008012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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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꿈의대화 2008/01/22 02:01 # 답글

    "...해석은 청자의 몫 아니던가"

    정말 즐겁기도 하면서, 반대로는 살짝 무서워 지기도 하는 그런 말씀이세요 ^^
  • 다음엇지 2008/01/22 08:15 # 답글

    ^^ 그러고 보면 송골매는 생경했던 '락'의 대중화의 첨병이었던 것 같네요. TV에서 나오고. 집에가면 Tape 먼지를 털어 봐야겠습니다.
  • 신랑각씨 2008/01/22 09:12 # 답글

    '하늘 나라 우리님'의 가요순위프로그램 1등을 기원하던 20여년전의 애절한 마음이 기억에 남아 5집을 구매했었지만 앨범에 심하게 실망해서 이후로는 송골매 음반에 눈길이 잘 안가네요.
    수집가님 생각에 다른 음반들은 5집에 비하면 어떠한가요? 5집이 수작의 범주에 들면 송골매가 제 취향은 아닌 것이고 졸작이라면 다시한번 이들의 음반에 눈길을 줄까하는 마음입니다.
  • 음반수집가 2008/01/22 09:54 # 답글

    꿈의대화 // 그러니 음악 만드실 때 조심하세요. ㅋ~~~ 그나저나 언제 나옵니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팬이에요. ^^

    다음엇지 // 먼지 털며 추억에 빠지시기를~~~

    신랑각씨 // 난간한 질문이시네요. ^^ 사실 5집은 저도 "하늘나라 우리님" 이외에는 귀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송골매의 1, 2, 3, 7, 9집을 좋아합니다. 여기에 5집은 끼지 못하네요. 물론 송골매의 앨범을 서로 비교했을 때의 결론입니다.

    그래도 송골매 전작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흐뭇한 게 사실입니다. 그냥 좋더군요.
  • G-Crusader 2008/01/22 10:01 # 답글

    당시 송골매들을 듣는 청년들이 많이 열광하던데....저에겐 그저 값싼 음악으로만 들리더라구요...별로 와닫지 않던 한사람.

  • 김응일 2008/01/22 10:16 # 답글

    이명박 당선인이 되자 누군가 말했습니다. 시대가(?) 세상이 어렵고 힘들때일수록 예술가와 민중은 스스로 자각한다고.. 그럼 다시한번 좋은 세상을 만난 행운 세대일까요? ㅜ.ㅜ
  • 신랑각씨 2008/01/22 11:06 # 답글

    아직 송골매의 음반들은 그나마 구입이 가능한 상태이니 얼른 말씀하신 음반들을 접해봐야겠습니다.

    난감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종종 난감하게 해드릴께요. ^^;;;
  • 음반수집가 2008/01/22 11:57 # 답글

    G-Crusader // 80년대 음악이 촌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열악한 녹음과 기술장비의 미비로 외국 음악과 비교하면 귀가 가렵죠. 송골매도 방방 뛰는 음질이고요. 그래도 좋네요. 그 시절에는 그 음악이 좋아서요. ^^

    김응일 // 그럼요~~ 2MB시대를 맞아 대중들은 진화할겁니다. 한번 보자고요. ㅋ~~

    신랑각씨 // 송골매의 음반도 더 이상 찍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울림만큼 평가와 팬층이 없기에 아직도 음반이 남아있지만 몇 년 지나면 구하기 어려울 듯 해요. 그나저나 제가 음반 구입을 부추긴 것 같아 부담감이 다가옵니다. 혹여 사셔 들으시며, 이건 아니잖아를 연발하셔도 이해해 주세요. ^^
  • 젊은미소 2008/01/22 15:50 # 답글

    전 5집 나오던 당시에 실망해서 그후로는 송골매 앨범을 구입하질 않았죠.

    몇년 전에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되어서 나온 송골매 트리뷰트 + 베스트 앨범을 샀더랬는데요.. 그 컴필레이션의 곡 선곡이 상당히 뛰어난 것이 역시 싱글(?) 위주의 밴드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그 앨범은 어설픈 트리뷰트 부분은 내다 버리고 베스트 쪽만 들으면 와, 송골매가 (물론 인기는 높았지만) 이렇게 음악 잘 하는 밴드였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는 이글즈의 베스트 모음집 1집이 연상될 정도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80년대를 풍미했던 벗님들이 제대로된 베스트 앨범 한 장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그나마 제일 근접한 것이 89년인가? 나왔던 라이브 앨범.
  • 음반수집가 2008/01/22 16:24 # 답글

    그 트리뷰트 앨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편집보다는 송골매 전집이라는 편집앨범이 더 좋더군요. 요즘 나온 2장짜리 말고요.

    젊은미소님 말씀대로 음악, 앨범 지향적인 배철수가 싱글(?)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7집에서 멤버들을 반강제로 교체했고요. 저는 앨범 위주로 좋아합니다. ^^

    그리고 보니 벗님들의 앨범이 저도 없네요. 미소님 말씀 들으니 구미가 당깁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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