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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3일
![]() 현재 이 땅에는 노래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진귀하고 여성 뮤지션들의 장악력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쇠락한 지금의 우리 대중음악계 전체가 문제지만 여성성의 상실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자 가수들을 보면 외모의 치장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주 무기는 노래가 아닌 몸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섹시한 춤과 과감한 노출만이 여성과 남성을 차별 짓는 1순위가 아니지 않는가. 그 옛날 농염의 극치미를 예술로 승화했던 김추자나 순수의 여백을 노래 하나로 그렸던 양희은은 이미 퇴색된 LP판처럼 추억의 한편일 뿐, 현재의 진행형이 못되고 있다. 외국의 일례를 들고 싶지 않지만 이미 아티스트가 된 마돈나나 온갖 가십을 일으키는 브리티니 스피이스를 보더라도 섹스어필 이전에 노래 부르기라는 기본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김추자, 양희은을 필두로 이정화, 김정미, 펄 시스터즈, 패티김, 윤복희, 현경과 영애, 임희숙, 정훈희, 채은옥, 윤시내, 심수봉, 이은하, 장혜리, 이선희, 정수라, 양수경, 민혜경, 김완선, 인순이, 이은미 등은 어떠한가. 더 거슬러 올라가 황금심, 이난영, 이미자는 실로 대단했다. 노래 하나로 마음을 절절히 끓게 해주었고, 밤잠 못 이루는 고민의 밤을 어머니의 품처럼 안아 주었다. 현재 주류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 중 눈에 띠는 이는 이수영과 장윤정 정도다. 이미연이 모델을 맡은 컴플레이션 앨범 『연가』가 상종가를 치던 한때, 그해 가요대상은 이미연이라는 씁쓸한 얘기가 농담처럼 돌았고, 근래 주가를 올리는 이도 가수가 아닌 배우 김아중이다. 최근 몇 년간 주목할 만한 여성 가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한국에서 내세울 여자 가수는 오로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고 우리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요염한 가수들뿐인가. 아니다. 희망은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삶에 감동을 주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영애, 장필순, 이소라, 이상은 이들이 있어 우리 대중음악의 미래는 암울하지 않으며 행복을 말할 수 있다. 귀신같은 한영애는 그 특유의 진한 음색과 무대 장악력으로 사람의 혼을 신명나는 그녀의 굿판으로 초대한다. 그녀의 조건 없는 노래는 가슴을 저리게 하고 몸을 춤추게 만든다. 한국의 라디오헤드 장필순은 이미 노래에 거추장스런 폼을 버린 지 오래다. 오직 노래를 통해 생의 절정은 백조의 보이지 않는 발길질이라고 알려주며 고요한 비상을 이야기 한다.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이소라는 앨범을 낼 때마다 진보하고 있다. 그녀의 일기 같은 노래는 세상이 쓸쓸하다고 명시하지만 이면에는 생을 지탱해주는 힘이 공존한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상은은 이 땅의 여성 가수들의 갈 길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주류에 안착하지 않고 홀로 성장한 그녀를 보라. 알찬 생은 용기 있는 자만의 특권이란 걸 건강한 몸으로 웅변하지 않는가. 이상은은 얼마 전 디지털 앨범 『Out of Space』를 내고 신보를 준비 중이지만 한영애는 2003년, 장필순은 2002년, 이소라는 2004년을 끝으로 아직까지 새로운 앨범을 내지 않고 있다. 고대한다. 이들의 새로운 앨범이 나와 죽어가는 우리 음악계가 동요하기를, 더불어 건조한 우리 삶에 신선한 물기가 피어나기를 바란다. 마음 같아서는 김추자와 같은 대형 신인의 재림을 꿈꾸지만 이 네 명의 여자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 핫트랙스 2007년 10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