影七0820달 음반 포화 상태 └2007 음악일기


2005년 초, 지금 쓰고 있는 CD장을 만들며 몇 백 장의 수납공간을 확보해 기뻐했는데, 올해 들어 CD장이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앞으로 CD는 계속 살 것 같고, 공간은 한정돼 있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가끔 TV에서 넓은 집에 사는 걸 은근히 자랑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CD 뿐만 아니라 생활을 이루는 모든 도구들의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가을에 집을 줄여 이사를 해야 하기에 더욱 암담하다. 그렇다고 모아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이 괴로워야 하건만 힘겹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라는 편안한 생각이 든다. 한풀 꺾고 지금의 내 생과 타협했기 때문인 것 같다. 괴롭지만 인정이 되는 뭐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역량 가득한 뮤지션들의 음반을 구해 들으니, 오로지 이들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하다. 음악과 그 방담이 어찌나 좋은지 그 즐거움이 끝이 없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한숨은 깊다. 직업과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음반수집과 음악 듣기는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마음 아프지만 음악에 고갈되는 정력을 떼어내고 지금에 집중해야 하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21세기 중요한 경향의 하나로 재미와 취미가 밥을 먹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예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활발하게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미안한 건 아내다. 죄짓고 사는 건 아니니 부모와 형제에게는 미안할 것 없지만 같이 사는 아내는 정말 답답할 것이다. 아들 또한 능력 없는 애비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 저항은 실로 만만치 않을 거란 예측도 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정리하고,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집에 있는 CD들을 모두 파는 거다. 팔고 나면 큰돈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며칠 동안 여행할 경비가 될 듯 하다. 아내와만 말할 수 있는 나라에서 앞날을 그려보는 거다.

음반 덕분에 아내와 여행하고, 앞으로 더 이상 음반구입 때문에 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집의 수납공간은 해결될 테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여기에 관휘에게도 우리 아빠가 딴 짓 안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면피도 되지 않을까.

음반이 넘쳐 꼽을 데는 없고 신경질이 나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그런데 말이지, CD를 모두 팔고 여행을 한다 생각해도 전혀 속상하지 않다. 음반수집이 행복한 건 사실이나 현실은 현실이다.

덧글

  • 바스티스 2007/08/20 21:59 # 답글

    그 CD를 다 처분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지요. 게다가 결국 다시 다 손대게 될 것을 알면 더더욱....^^
  • Cynic 2007/08/20 22:51 # 답글

    저도 나중에 가정을 꾸리게 되면 같은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물론 한참 후의 일이겠지만요. 생활에 대한 고민 없이 취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버섯돌이 2007/08/20 22:58 # 답글

    앞쪽에 레일장을 만드셔서 이중으로 쓰세요. ^^
  • 꿈의대화 2007/08/20 23:05 # 답글

    아 넘흐 슬퍼 ㅜ.ㅜ
  • 다이고로 2007/08/21 09:16 # 삭제 답글


    저는 곧 죽어도 팔기는 싫더군요;
    한번도 입양시키겠다! 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현실은 냉혹합니다!

    CD 1장 살돈만 아끼셔서 그 돈 모으셔서 동반자님에게
    정기적으로 받고싶어하시는 선물이라도 하나씩 사드리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말은 쉽지만요;;;
  • 음반수집가 2007/08/21 12:02 # 답글

    바스티스 // 마누라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그 CD 다 팔고, 다시 살 거면서...꿈깨라고 합니다. ㅠㅠ

    Cynic // 비단 저희의 고민만은 아니겠죠.

    버섯돌이 // 개인적으로 레일장 싫어합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게 좋아서요.

    꿈의대화 // 슬퍼하지 마세요. 리즌애비뉴는 안 팔겁니다. ㅋ~~

    다이고로 // 제 자신이 지치네요.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ㅠㅠ
  • 히치하이커 2007/08/21 12:38 # 답글

    그저 조급해 하지 마시고 천천히 좋은 음악을 들으신다면...음...
  • 류사부 2007/08/21 13:45 # 답글

    예전에 어떤 소설에 나온 구절인데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현실과 욕망의 팽팽한 줄다리기다..

    아마 그 팽팽함을 늘 유지해야겠지요. 한쪽으로만 쏠리만 무너질지도..
    조급해하시지 말고 평생 즐기도록 노력하자구요!
  • 음반수집가 2007/08/21 19:04 # 답글

    히치하이커 // 예, 알겠습니다. 현실이 막막해서 넋두리했습니다. ^^

    류사부 // 줄다리기, 소스 좋네요. ㅋ~~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신적지주 2007/08/21 20:21 # 삭제 답글

    전 좀 더모으면 네자리를 넘기는데
    이젠 해탈 수준이라 욕심이 사라져버렸네요

    사실 욕심이 없어졌다기 보다
    리얼라이프에 충실하다보니 돈나갈데가 많아서
    자연히 안사게 됩니다 ㅎㅎ

    여자라는 존재가 무섭다는걸 간만에 실감중..
  • 음반수집가 2007/08/21 20:48 # 답글

    여자라는 존재가 무섭죠. ^^

    요즘 미안해서 그렇지만 저는 마누라 덕분에 더 많은 음반을 샀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 레스너 2009/05/02 17:55 # 삭제 답글

    그냥 가지고 계세요.
    또 구입하게 될 거 뻔한데
    나중에 분명 후회합니다.
  • 음반수집가 2009/05/07 08:48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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