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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20일
![]() 2005년 초, 지금 쓰고 있는 CD장을 만들며 몇 백 장의 수납공간을 확보해 기뻐했는데, 올해 들어 CD장이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앞으로 CD는 계속 살 것 같고, 공간은 한정돼 있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가끔 TV에서 넓은 집에 사는 걸 은근히 자랑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CD 뿐만 아니라 생활을 이루는 모든 도구들의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가을에 집을 줄여 이사를 해야 하기에 더욱 암담하다. 그렇다고 모아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이 괴로워야 하건만 힘겹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라는 편안한 생각이 든다. 한풀 꺾고 지금의 내 생과 타협했기 때문인 것 같다. 괴롭지만 인정이 되는 뭐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역량 가득한 뮤지션들의 음반을 구해 들으니, 오로지 이들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하다. 음악과 그 방담이 어찌나 좋은지 그 즐거움이 끝이 없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한숨은 깊다. 직업과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음반수집과 음악 듣기는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마음 아프지만 음악에 고갈되는 정력을 떼어내고 지금에 집중해야 하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21세기 중요한 경향의 하나로 재미와 취미가 밥을 먹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예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활발하게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미안한 건 아내다. 죄짓고 사는 건 아니니 부모와 형제에게는 미안할 것 없지만 같이 사는 아내는 정말 답답할 것이다. 아들 또한 능력 없는 애비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 저항은 실로 만만치 않을 거란 예측도 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정리하고,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집에 있는 CD들을 모두 파는 거다. 팔고 나면 큰돈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며칠 동안 여행할 경비가 될 듯 하다. 아내와만 말할 수 있는 나라에서 앞날을 그려보는 거다. 음반 덕분에 아내와 여행하고, 앞으로 더 이상 음반구입 때문에 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집의 수납공간은 해결될 테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여기에 관휘에게도 우리 아빠가 딴 짓 안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면피도 되지 않을까. 음반이 넘쳐 꼽을 데는 없고 신경질이 나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그런데 말이지, CD를 모두 팔고 여행을 한다 생각해도 전혀 속상하지 않다. 음반수집이 행복한 건 사실이나 현실은 현실이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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