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 한국 록의 부활을 꿈꾸며 음악이야기


1975년 박정희 정권은 대마초 사건을 빌미삼아 청년문화의 상징이던 록과 포크를 말살시킨다. 유신정권은 고분고분해야 할 대중음악인들의 장발과 짧은 치마가 눈에 거슬렸고, 조국에 멸사봉공 없는 자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요정화조치로 인해 수많은 노래가 금지곡이 되고, 좋은 뮤지션들이 활동을 접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의 인기 가수들이 음악 외적인 활동을 펼치며 연예인으로의 면모를 과시한다. 대마초 사건은 우리 대중음악이 다양성을 상실한 채 획일화 돼가는 데 결정타를 먹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창작의 가장 무서운 적인 검열이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막았다는 점이다. 문화란 억압하고 없앤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움에서 탄생한다. 다행이 자유로운 사고는 막혀있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1977년 MBC 대학가요제〉를 시작으로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억눌렸던 우리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다시 한 번 폭발한다. 물론 이 당시 성행한 각종 가요제의 한계와 곱지 않은 의도가 있는 건 사실이나 신중현 탄생 이후 우리 대중음악이 두 번째로 빛나던 순간이었다.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산울림과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를 전신으로 둔)송골매였다. 수많은 팀들 중, 산울림과 송골매가 빛났던 이유는 개성과 지속성에 있었다. 특히 송골매의 음악은 독특했다. 문법은 서양의 록이었지만 담았던 내용은 우리 고유의 뿌리였던 민속이었다.

활주로 시절의 「탈춤」, 1집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3집의 「승무」, 〈가요톱텐〉 1위에 빛나는 5집의 「하늘나라 우리 님 1」, 6집의 「어부사시가」, 7집의 「처용」 등은 송골매가 활동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우리 정서를 담으려 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는 배철수, 이응수, 라원주, 지덕엽이라는 걸출한 항공대 출신의 힘이 크다. 비록 라원주는 송골매에 멤버로 참여한 적이 없고, 이응수와 지덕엽은 활주로와 송골매 『1집』을 끝으로 그룹을 탈퇴하지만 이응수와 라원주는 송골매가 활동을 끝낼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곡을 제공한다.

항공대 출신들이 송골매에 긴 생명력을 부여했다면 블렉 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 오승동은 송골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중 구창모는 송골매를 당대 최고의 주류 록 밴드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만일 구창모가 없었다면 80년대 초반 송골매가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배철수와 확연하게 대비되는 구창모의 보컬은 그 활동기간이 짧음에도 “송골매=구창모+배철수” 등식을 각인시킬 만큼 흡인력이 대단했고 그의 작곡력과 보컬 능력은 탁월했다.

하지만 80년대 전반에 걸쳐 우리 록의 자양분을 확실히 뿌려놓은 송골매에게도 어둠이 닥친다. 캠퍼스 그룹을 대표한 신선함과 독특한 색깔로 그들만의 영역을 확보했지만 그 자리는 집중력과 창작력의 고갈로 인해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80년대 중반, 우리 대중음악의 지형은 다시 한 번 변한다. 이문세.이선희.변진섭으로 대표되는 가창력 있는 가수들의 고급 발라드군, 동아기획의 선봉장이던 김현식.들국화와 어떤날 등이 일군 언더그라운드의 약진, 부활.시나위.백두산의 강력한 헤비메탈 진영, 소방차.김완선.박남정의 댄스 음악, 주현미.설운도.현철 등의 신흥트로트는 송골매에게 위협을 가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적은 그들 내부에 있었다. 무리한 방송출연과 생계를 위한 끊임없는 밤무대 공연은 그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육신을 마모시켰다. 창작의 한계와 멤버 교체, 프로페셔널을 지향한 송골매의 욕심은 그전의 발랄했던 참신함과 투박했던 음악성을 잃어버린 채, 그들을 낙하하게 만든다.

하지만 송골매는 송골매다웠다. 지리멸렬 사라지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명반, 송골매 『9집』을 끝으로 우리 대중음악에 한 자리를 장식하며 아름답게 퇴장한다.

이 땅에서 록이 주류였다는 걸 증명했고, 청춘을 대변했던 송골매, 이제는 부리가 쇠하고 양 날개는 각기 다른 하늘을 날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이들의 비상을 원한다. 배철수가 바랬던 송골매의 이름을 단 10장의 앨범, 한국 록의 부활과 더불어 그 꿈의 실현을 보고 싶다.

※ 핫트랙스 2007년 5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덧글

  • 짜로씨 2007/05/14 22:22 # 답글

    꿈틀거림을 활화산으로 만들어야 할텐데 말입니다......ㅎㅎ
  • ZacobLee 2007/05/14 22:37 # 답글

    허잇쿠 풀렝스 다 모으셨네요. 저도 슬슬 모을려고 합니다.
  • doggypark 2007/05/15 00:12 # 답글

    송골매는 앨범은 커녕 아는 노래도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여라, 모두다 사랑하리 뿐이군요;;
    저 같은 어린 세대에게는 구창모 보다는 배철수=송골매인데 요즘 배철수씨를 보면 새앨범 발매는 까마득해 보입니다...
  • 조나쓰 2007/05/15 09:27 # 답글

    하늘나라 우리님은 어린 마음에도, 이런 노래가 어떻게 가요톱텐 1위를 하지, 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때만 해도 우리 가요계의 스펙트럼도 꽤나 넓었군요.
  • 음반수집가 2007/05/15 09:57 # 답글

    짜로씨 // 요원하네요. 후,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죠.

    ZacobLee // 즐거운 작업이죠. ^^ Good Luck !!!

    doggypark // 한번 즈음은 어떤식으로든지 송골매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할 거라 믿습니다.

    조나쓰 // 한때 세계 10대 시장안에 들었는데요. 굉장했죠... 다시 부흥기가 오겠죠.
  • newtroll 2007/05/15 13:47 # 삭제 답글

    송골매에 대해 잘 정리를 해 주셨군요.
    위에 거론된 곡들이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특히 '하늘나라 우리님'의 전주부분은 제가 참 좋아했던 부분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보니 배철수씨 정전사고도 기억이 나는군요.
    '사랑하는 사람들아 모두 모여라, 내 말 좀 들어보려마..' 이런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도 좋았는데 갑자기 제목이 생각나질 않는군요.
  • 정신적지주 2007/05/15 15:14 # 삭제 답글

    좋은글 잘봤습니다. 전 수집가님 글중에 일기도 좋지만
    이런 한국 아티스트들 재조명 해주는 글이 정말 맘에 들더군요 ^^
  • 음반수집가 2007/05/15 16:36 # 답글

    newtroll // 예, 송골매 관련해서 여러 일화가 있었죠. ^^
    newtroll님이 언급하시 노래는 배철수 독집에 있는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입니다. 송골매 베스테에도 실려 있습니다.

    정신적지주 // 사실 아는 거 별로 없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
  • 김C 2007/05/18 10:34 # 답글

    구창모씨. 노래를 참 맛깔스럽게 소화하기도 했고 마스크가 괜찮았엇다는거.

    "아픈만큼 성숙해지고"가 듣고싶네.

    또한 송골매하면 떠오르는건 젊음의 행진에서 배철수씨 마이크 지지직사건. 김현주와의 스캔들. -_-;;
  • 액션가면ケイ 2007/05/19 13:35 # 삭제 답글

    송골매..라고만 해도 한참 추억인데,
    이응수, 지덕엽 등의 이름을 접하게 되니.. 아아..
  • 음반수집가 2007/05/21 23:41 # 답글

    김C // 그런 일들이 있었죠. 후~~ 머나먼 80년대.

    액션가면ケイ // 반가우셨나 보네요.
  • 기린 2007/06/07 20:08 # 답글

    지난주인가 배철수 음악캠프에.. 레이지본이 나왔었는데..
    거기 드러머도 배철수가 드러머 출신인지는 잘 모르는것 같더라구요..
    런웨이..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드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었드랬는데요...
  • 음반수집가 2007/06/08 10:03 # 답글

    드럼치면서 노래했던 가수로 이무송도 생각나네요~~~

    드럼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좀 어색해요.

    하여간 활주로 멋졌습니다.
  • 똥이 2007/09/27 22:06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전 창모아저씨보다 철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좋아요..
  • 음반수집가 2007/09/28 09:42 # 답글

    저는 둘 다 좋습니다. 그래도 배철수에게 더 정이 가네요.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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