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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04일
![]() 관휘가 많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어쩔 수 없는 약속 때문에 외출을 했다. 아기랑 음악을 하나 듣기 위해 CD장을 기웃거리다. 오후에 들은 아이언 메이든의 여운 때문에 심정적으로 블랙 사바쓰를 듣고 싶었지만 아기를 생각해 엘리엇 스미스를 택하다. CD를 틀고 방을 정리하는데 얌전히 있던 관휘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목이 터져라 우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없는 걸 알았나, 감기 때문에 열이 올랐나, 배가 고픈가, 우는 원인을 생각하며 아기를 얼렀다. 체온은 정상이었고 기저귀는 깨끗했다. 외출 전 아내가 아기에게 젖을 듬뿍 먹였기에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달래도 관휘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고 30분이 지속됐다. 안되겠다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내 왈, 아기를 안고 있으란다. 속상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아기가 가련키도 했다. 오만가지 생각 속에 관휘를 안고 방안을 서성거리다. 그러자 아기의 울음이 좀 수그러들고 이내 잠이 들었다. 몸이 너무 아파 사람의 품이 그리웠나보다. 그 경황 속에 무슨 음악을 들었겠는가. 관휘를 슬며시 눕혀 놓고 한숨을 내쉬다. 아기가 태어나 지금껏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처음으로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는데 차라리 내 팔 하나 잘라내는 게 낫지 보기가 안쓰럽다. 지쳐 잠든 관휘에게 몸과 마음의 아픔 속에 사람은 자라고 성숙해지는 거란다, 속으로 말했지만 천만 원을 주고 관휘의 감기가 깨끗이 낫는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도 제 자식이라면 꾸벅 죽는 아빠가 돼가는 건가. 서너 번 이 과정이 반복된 채 아내가 들어오자 작은 전쟁터였던 우리집은 이내 평화가 찾아왔다. 전장 정리 후, 기진맥진해진 몸으로 넥스트의 「아버지와 나」를 듣는다. ![]() 우리 아버지를 산에 묻고, 집으로 돌아와 이 노래를 틀어 놓고 방성대곡한 때가 있었다. 나는 대중음악에서 가사보다는 음을 더 중요시 여기지만 「아버지와 나」만큼은 음악보다는 가사가 구구절절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 노래의 주인공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가 리메이크 하려 한다. 아기를 낳기 전 아버지가 된다는 게 두려웠는데 아버지가 되니 두려움보다는 설레임과 책임감이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한다. 10년 후 관휘와 놀 생각을 하면 세상이 무척 아름다운데, 만약 관휘가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있어”라고 말한다면 하늘이 노랗겠지. 10년 후 관휘는 나에게 뭐라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