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해리슨의 평화로운 소식 2012 음악일기


비틀즈 해체 후, 네 명의 멤버는 각기 다른 길을 간다. 그 길 중 조지 해리슨의 길을 가장 좋아했다. 그의 길이 가장 평화로워서 마음 풀고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조지 해리슨에 빠져 그의 앨범을 모두 구해 듣고 또 들었다. 조지 해리슨의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하늘 간 그가 새로운 노래를 부를 리 만무하다. 방법이라면 미발표곡이나 기존 노래의 다른 버전을 재발매하는 정도일지라.

바램이 현실이 됐다. 2012년 조지 해리슨의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에 수록된 노래들을 묶어낸 음반이다. 새로운 곡은 없고 비틀즈와 존 레논의 『Anthology』처럼 데모버전과 초기 녹음 버전을 담았다.

신곡이 없어 아쉽지만 차분하게 반갑다. 『Early Takes Volume 1』로 명명한 걸로 보아 최소 두 번째 앨범도 나올 것 같다. 조지 해리슨의 새로운 앨범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롭다.

George Harrison, 『Early Takes Volume 1』수록곡
1. My Sweet Lord (demo)
2. Run Of The Mill (demo)
3. I’d Have You Any Time (early take)
4. Mama You’ve Been On My Mind (demo)
5. Let It Be Me (demo)
6. Woman Don’t You Cry For Me (early take)
7. Awaiting On You All (early take)
8. Behind That Locked Door (demo)
9. All Things Must Pass (demo)
10. The Light That Has Lighted The World (demo)


김창완 밴드의 역습 2012 음악일기


김창완 밴드의 신작 『분홍굴착기』가 발매됐다. 총 12곡 중 새로운 노래는 한 곡뿐이고, 나머지 노래는 모두 산울림의 유산이다. 유일한 신곡 「금지곡」은 인생 별거 없다는 김창완의 읊조림이 김창완이기에, 건성으로 들리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씩 멘탈이 붕괴되는 시절, 노래는 자꾸 자기 합리화를 시켜준다.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역시 산울림 시대의 노래들이다. 『Reborn 산울림』에서도 다시 부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필두로 11곡의 노래가 리메이크 됐다. 의외인 점은 선곡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진 노래가 아니다. 산울림의 말랑말랑하고 예쁜 노래가 없다니, 이 시대 상술과 어긋나는 장면이다. 김창완은 산울림 시대 가장 락킹 했던 9집에서 4곡, 10집에서 3곡, 11집에서 1곡, 13집에서 2곡을 선곡했다.

12시간 만에 녹음을 마쳤다는 앨범은 김창완 역사상 가장 헤비하고 강력한 순간을 담아냈다. 이십대에 이미 「청춘」을 부르며 조로했던 김창완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순을 앞두고 락커로 회춘한다. 이는 새로이 영입된 기타리스트 염민열의 공이 크다. 윤도현 밴드가 유병열 이전과 이후로 나뉘듯이, 염민열의 출연은 기본과 절제에 충실했던 하세가와 요헤이와는 다른 스타일을 연출했다.

김창완 밴드는 염민열을 통해 공격적이고, 젊어졌다. 덕분에 앨범은 의미심장한 〈금지곡〉부터 시종일관 강렬하게 내달린다. 브루스, 레게, 디스코의 리듬이 보이지만 음악은 락이라는 어법에서 한치 어긋나지 않는다. 댄스와 발라드만 부르기엔 처참한 시대, “금지곡” 하나는 있었야 되지 않았을까. 단순하고 맹렬해진 김창완, 그의 새로운 역습이 시작됐다.

『분홍굴착기』수록곡
1.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산울림 2집, 1978년)
2. 금지곡 (신곡)
3. 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산울림 10집, 1984년)
4.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산울림 9집, 1983년)
5. 저기 (산울림 9집, 1983년)
6. 독수리가 떴네 (산울림 10집, 1984년)
7.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산울림 13집, 1997년)
8. 옷 젖는 건 괜찮아 (산울림 11집, 1986년)
9. 지구가 왜 돌까 (산울림 10집, 1984년)
10. 팩스 잘 받았습니다 (산울림 13집, 1997년)
11. 길엔 사람도 많네 (산울림 9집, 1983년)
12. 멀어져간 여자 (산울림 9집, 1983년)


말의 잔치 2012 음악일기


총선이 끝났지만 4월 내내 말들이 잔치를 벌인다. 말과 글이 피곤하다. 세상 등지는 노래가 지겹고 나조차 무겁다. 마일즈 데이비스를 찾았다. 좋은 줄 알았다만 이렇게 뼈저릴 줄은 몰랐다. 말이 없는 『Someday My Prince Will Come』를 듣고 또 들었다. 벚꽃이 떨어진다. 말도 언제고 저 운명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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