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최고의 창작품은 사람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느낀다. 생명이란 게 힘겹지만 신비하다. 그 다음이 예술 작품이라 칭하는 것들이지만 사람만한 창작품이 있을까 싶다. 가끔 괴물 같은 종자들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만 예외로 하자. 예술 작품도 산고의 고통이 따른다. 특히 이문세의 명곡을 만들었던 이영훈의 공은 대단하다. 2009년 출간된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 Art Book』을 읽다보면 그가 겪은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년 12월 이문세 『3집』이 CD 형태로는 처음으로 발매됐다. 1980년대 이문세 최고의 공은 팝 음악이 지배했던 음반 시장을 가요 쪽으로 역전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문세 뒤에는 이영훈이 있었다. 이영훈 또한 이문세가 아니었다면 그의 창작물을 시장에 분출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CD로 발매된 이문세 3집에 수록된 9곡 중 6곡이 이영훈의 작품이다. 이정선이 제공한 「야생마」, 「혼자있는 밤, 비는 내리고」, 유재하의 곡 「그대와 영원히」가 여기에서 제외된다. 이영훈이 만든 6곡 모두 시쳇말로 숨넘어가는 명곡의 향연이다. 「할 말을 하지 못했죠」, 「난 아직 모르잖아요」, 「빗속에서」, 「휘파람」, 「소녀」, 「하얀 느낌」까지 버릴 게 없다. 이정선이 만든 두 곡은 앨범에서 이질적이지만 당대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압권은 앨범 말미에 수록된 「그대와 영원히」라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이번 음반의 의미 또한 깊다. 그간 CD로는 들을 수 없었던 「빗속에서」와 「그대와 영원히」가 수록됐다는 점이다.
겨울비 내리는 날, 이문세 『3집』을 마음껏 들었다. 풋풋함과 투박함 속에 말 못할 사연들이 산처럼 흘러나왔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노래로나마 유년 시절 골목과 학교를 회상하다. 시간은 기억을 왜곡한다. 그러나 노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태그 : 이문세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