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한 장에 감동받은 게 얼마 만인가 2013~2016 음악일기


인류 최고의 창작품은 사람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느낀다. 생명이란 게 힘겹지만 신비하다. 그 다음이 예술 작품이라 칭하는 것들이지만 사람만한 창작품이 있을까 싶다. 가끔 괴물 같은 종자들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만 예외로 하자. 예술 작품도 산고의 고통이 따른다. 특히 이문세의 명곡을 만들었던 이영훈의 공은 대단하다. 2009년 출간된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 Art Book』을 읽다보면 그가 겪은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년 12월 이문세 『3집』이 CD 형태로는 처음으로 발매됐다. 1980년대 이문세 최고의 공은 팝 음악이 지배했던 음반 시장을 가요 쪽으로 역전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문세 뒤에는 이영훈이 있었다. 이영훈 또한 이문세가 아니었다면 그의 창작물을 시장에 분출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CD로 발매된 이문세 3집에 수록된 9곡 중 6곡이 이영훈의 작품이다. 이정선이 제공한 「야생마」, 「혼자있는 밤, 비는 내리고」, 유재하의 곡 「그대와 영원히」가 여기에서 제외된다. 이영훈이 만든 6곡 모두 시쳇말로 숨넘어가는 명곡의 향연이다. 「할 말을 하지 못했죠」, 「난 아직 모르잖아요」, 「빗속에서」, 「휘파람」, 「소녀」, 「하얀 느낌」까지 버릴 게 없다. 이정선이 만든 두 곡은 앨범에서 이질적이지만 당대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압권은 앨범 말미에 수록된 「그대와 영원히」라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이번 음반의 의미 또한 깊다. 그간 CD로는 들을 수 없었던 「빗속에서」와 「그대와 영원히」가 수록됐다는 점이다.

겨울비 내리는 날, 이문세 『3집』을 마음껏 들었다. 풋풋함과 투박함 속에 말 못할 사연들이 산처럼 흘러나왔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노래로나마 유년 시절 골목과 학교를 회상하다. 시간은 기억을 왜곡한다. 그러나 노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hohorian님에게 : 때늦은 2015년 인사 살아간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인사글을 쓴다는 것이 정부의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보고 며칠 동안 속상해 아무 것도 쓰지 못했습니다. 항상 애정 가져주시는 데 죄송합니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100장이 넘는 음반을 구매했고,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음악도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음반 구매에 있어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대중음악 앨범은 한없이 줄어들고, 클래식 음반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말러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끊임없이 탐했습니다. 5번 교향곡은 세어 보니 아홉 장이나 되더군요. 말러 해석자 중 불레즈의 지휘가 가장 와 닿았습니다. 감정 없지만, 그 건조함과 명징함이 오히려 더 세밀하게 말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명훈이 지휘한 5번, 9번도 즐겁게 들었습니다.

말러 이외에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양쪽에서 클래식 세계의 수문장 역할을 해줬습니다. 아직은 실내악이나 협주곡보다는 교향곡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슈베르트와 브루크너의 교향곡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 특히 페라이어가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이 너무 좋더군요. 12월 전후에는 슈베르트 즉흥곡만 한없이 들었습니다.

최근 2년 세 클래식만 듣고 있습니다. 재즈 음반도 평균적으로 구입하고, 간간히 우리 음악과 영미 락을 듣지만 그전만큼의 애정을 쏟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장르에 구애 없이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무언가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야한다는 관습에서 벗어나 음악에만 골몰하니 너무 사랑스럽더군요.

2015년 블로그를 만든 지 꼭 10년이 됐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세상살이가 한없이 두렵지만 음악이 있어 덜 외롭고, 용기낼 수 있었습니다.

2016년에도 음악과 계속 사랑을 나누려고 합니다. 블로그 관련해서는 어떤 약속도 드릴 수 없습니다(이래놔야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애정이 식은 건 아니라는 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hohorian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 감사합니다. 새해 가정 내 안녕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종종 안부 묻겠습니다.

폴 매카트니 2013~2016 음악일기


작년 결혼 10주년 기념 이벤트는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 취소로 망했다. 공연 취소가 건강상의 이유였기 때문에 납득이 됐지만, 상실감이 컸다.

내한 공연설이 다시 불거졌을 때 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 감정적 소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힘이 빠져 있었다.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려면 오고, 안 오려면 말라는 심정이었다.

예매일이 다가와도 무심했고, 작년처럼 점심을 작폐한 채 예매 전쟁을 치루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 예매일 점심에 회의가 잡혀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회의 후 사무실에 들어오니 무언가 찝찝했다. 괜찮은 척 예매처를 확인하니 좋은 자리는 모두 매진이었고, 3층 표만이 남아 있었다. 작년처럼 앞에서 보고픈 욕망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격 싼 3층이 더 나아 보였다.

결국 3층 가운데 쪽으로 표 두 장을 예매했다. 이게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같은 하늘 아래 폴 매카트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사실 거의 없지 않은가. 안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가서 후회하는 게 더 나으리. 어찌 됐든 서울 하늘 아래서 그를 볼 기회는 만들어놓았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