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은 CD들 2012 음악일기


사랑과 평화, 스미스, 화이트 라이온, 활주로, 루시드 폴, 윤종신을 듣다. 이렇게 들으니 하루가 길다.

1. 사랑과 평화 : 3, 4집을 연달아 들었다. 아무래도 3집에 눈이 가고, 4집은 빛과 소금 색깔이 짙어 이질적이다. 서울 나그네의 음악은 초창기 이들의 야망을 대변하는 앨범인데, 3집에서 그 색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요즘 사랑과 평화는 스티비 원더보다 더 좋다. 1집은 두어달을 반복해 듣는데도 물리지 않는다.

2. 스미스 : 석원님의 블로그에서 스미스 박스세트 포스팅을 본 후 급격히 땡겼다. 『The Smiths』와 『Meat Is Murder』를 연달아 들었다. 쟁글쟁글한 선율이 오랜만에 만난 여인처럼 반갑다. 그래도 여전히 『The Queen Is Dead』가 가장 잘 들어온다.

3. 화이트 라이온 : 여전히, 변함없이, 앞으로도, 마일즈 데이브스처럼 계속 들을 밴드다. 몇 년 전 이들의 데뷔앨범 『Fight to Survive』를 어렵게 구했더랬다. 초기 앨범답게 다듬어지지 않았고 사춘기처럼 거칠다.

4. 활주로 : 지금까지 송골매, 아니 배철수가 활동했다면 한국의 롤링 스톤즈라는 칭호를 얻었을 것이다. 장기하가 이들의 계승자라는 게 날로 보인다.

5. 루시드 폴 : 설거지를 하며 여백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직도 미선이를 도저히 잊지 못하겠다. 그 미련을 못 버리겠다. 루시드 폴의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미선이를 내심 기대하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나 보다.

6. 윤종신 : 급작스럽게 윤종신이 격하게 듣고 싶었다. 윤종신의 음악은 뻔하고 과잉됐는데도 「오래전 그날」만큼은 그저 아련할 뿐이다. 옆에서 아내가 서휘에게 “엄마가 저 노래를 말이야”라는 레퍼토리를 시작한다. 생각해 보니 나를 키운 건 김현식만은 아니었다. 서태지보다는 오히려 공일오비의 자식이었다.


결국 구원은 가까운데 있었다 음악이야기


사랑과 평화 2집을 기다리며 명절 내내 동동거렸다. 예전 오아시스에서 발매된 『골든힛트곡선집』을 몇 번이나 사려했지만 언제고 1, 2집이 다시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결국 희망사항은 현실이 됐고, 예전미디어에서 사랑과 평화의 1, 2집을 재발매 했다.

2011년 한국 대중음악은 〈나는 가수다〉의 시대였다. 하지만 수집가인 나에게 나가수보다는 〈아름다운동행〉에서 발매한 “All That Masterpiece Series"가 작은 반향을 일으켰다. 올댓마스터스 시리즈는 음반컬렉터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김광석, 동물원, 이문세를 위시해 동아기획의 명작을 재발매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1994년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의 적용 기간을 50년으로 늘렸으나 유독 1987년 7월1일부터 1994년 6월30일까지 발매된 음반들의 유예기간은 20년이었다.

이 맹점은 누구라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사용신청을 하면 창작자와는 관계없이 2011년 현재 1987년부터 1991년까지 발매된 음반은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게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정태춘 측에서 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창작자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사가 이해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발매되는 음반들이니 오죽하랴.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된다.

〈아름다운동행〉에서 발매한 음반들이 원작과 다른 부클릿, 그때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어찌됐든 절판된 음반과 지금에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 〈아름다운동행〉의 올댓마스터스 시리즈는 〈예전미디어(舊 킹레코드)〉를 자극해 이문세 원작 논란을 일으키며 이문세 4, 5, 6집이 원형대로 재발매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전미디어〉는 이문세를 비롯해 양희은의 1971년작, 전설 같았던 김두수 1집, 사랑과 평화 1, 2집까지 재발매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최초로 CD화 됐다.

비록 〈아름다운동행〉과 〈예전미디어〉의 재발매반들이 비트볼이나 리버맨뮤직만큼의 퀄러티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11월, 사랑과평화, 이문세의 음반 등은 미워하려해도 돌아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테이프 세대인 나에게 사랑과 평화의 초기 앨범은 실상 온전한 작품으로 접하기 힘들었다. 암울했던 70년대 후반, 산울림과 송골매가 전부였다는 나에게 제대로 한방 먹여주었다. 이래서 자료(음반)가 중요하다. 가공되지 않은 사랑과 평화 『1집』과 『2집』은 훌륭했다.

최이철, 김명곤의 투톱은 전설처럼 회자된 슈퍼 연주는 아니었지만 짜임세가 견고했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재기발랄하고 명랑했으며 독특한 질감은 지금도 이질적이다.

사랑과 평화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들으며 자기만의 색깔을 견지해 왔다는 게 보인다. 다른 무엇보다도 1, 2집 히트곡을 양산한 이장희의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부클릿 여기저기에 가명으로 명기한 그의 웃지 못 할 사연은 우리 현대사의 부조리한 장면을 끔찍하게 증언했다.

이 빠진 사랑과 평화의 전작을 채우며 다시금 전작주의자의 꿈(이 말은 조희봉의 책 제목로부터 빌려왔다)이 발동한다. 사랑과 평화의 음악 듣기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70년대 우리 명장들을 다시 되살렸고, 한국고전의 계보학을 거칠게나마 정리해줬다.

꿈 많던 만용의 세월이 지나고, 현실에 채여 한없이 작아지니 이제야 왜 선배들이 그렇게 살아왔는지 이해가 된다. 비록 사랑과 평화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더라도 음악을 통해 그들의 생을 엿보았다.

무언가 허전하지만 질감이 달랐던 사랑과 평화의 음악은 그들이 있어 지금이 있었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미를 일깨운다. 결국 구원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낡고 오래 됐지만 그곳에 답이 있었다.

중언하지만 십 수 년 된 아티스트의 전작을 갖추고 듣는 행위는 더할 바 없이 즐겁고 삶의 조급함을 달래준다. 사랑과 평화의 30년을 꿰어놓으니 오래 살고 싶다. 다행이다. 죽을 때까지 듣지 못할 음악이 많아서.


사랑과 평화를 듣다가 2012 음악일기


비록 서글픈 편집이지만 〈아름다운 동행〉에서 발매한 사랑과 평화 3, 4집 합본, 〈예전미디어〉 순차적으로 재발매한 사랑과 평화 1, 2집 CD 덕분에 이들의 글을 준비 중이다.

사랑과 평화의 자료를 찾던 중 2008년 발표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를 다시 살펴봤다. 솔직히 말해 100대 명반 류의 소위 순위 매기기 작업을 좋아한다.

서열이 좋은 건만은 아니고, 그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지만 이런 작업이 발생할수록 담론이 형성되고 재정리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묻힌 보물이 재발굴될 수 있고, 비록 인위적일지라도 음반 다시 듣기의 동기부여를 한다.

2008년 당시 가슴네트워크와 경향신문이 선정해 발표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CD화 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몇 장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CD화 되어 발표되었다. 예전미디어에서 작년에 재발매한 이문세 4, 5집, 양희은 1971년작, 사랑과 평화 1집이 크게 일조했다. 2008년 당시 100대 음반 중 19장을 채우지 못했는데, 10장 남았다.

참조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2008년 버전)
1 들국화 [들국화] (1985/서라벌레코드)
2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1987/서울음반)
3 김민기 [김민기] (1971/대도레코드)
4 어떤날 [1960․1965] (1986/서라벌레코드)
5 산울림 [산울림 1집] (1977/서라벌레코드)
6 산울림 [산울림 2집] (1978/서라벌레코드)
7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엽전들] (1974/지구레코드)
8 한대수 [멀고먼 길] (1974/신세계레코드)
9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Deli spice] (1997/도레미레코드)
10 이상은 [공무도하가] (1995/Polygram)
11 어떤날 [어떤날 Ⅱ] (1989/서울음반)
12 사랑과 평화 [한동안 뜸 했었지] (1978/서라벌레코드)
13 김현식 [김현식 Ⅲ] (1986/동아기획)
14 시인과 촌장 [푸른 돛] (1986/서라벌레코드)
15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킹레코드)
16 이문세 [이문세 4] (1987/서라벌레코드)
17 김현철 [김현철 Vol.1] (1989/서라벌레코드)
18 부활 [Rock Will Never Die] (1986/서울음반)
19 한영애 [바라본다] (1988/동아기획)
20 H2O [오늘 나는] (1993/로얄레코드)
21 동물원 [동물원] (1988/서울음반)
22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1988/서라벌레코드)
23 유앤미 블루(U&Me Blue) [Cry... Our Wanna Be Nation!] (1996/LG미디어)
24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1992/반도음반)
25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1995/킹레코드)
26 노 브레인(No Brain) [청년폭도맹진가] (2000/문화사기단)
27 노이즈가든(Noizegarden) [Noizegarden] (1996/베이프로덕션)
28 작은거인 [작은거인 2집] (1981/오아시스레코드)
29 조용필 [조용필 1집] (1980/지구레코드)
30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Ⅱ] (1993/반도음반)
31 시인과 촌장 [숲] (1988/동아기획)
32 시나위 [Heavy Metal Sinawe] (1986/서라벌레코드)
33 마그마(Magma) [Magma] (1981/힛트레코드)
34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6/석기시대)
35 듀스(Deux) [Force Deux] (1995/월드뮤직)
36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Ⅳ] (1995/반도음반)
37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 (1993/하나뮤직)
38 넥스트(N.EX.T)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1994/대영AV)
39 조동진 [조동진] (1979/대도레코드)
40 전인권․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1987/동아기획)
41 유앤미 블루(U&Me Blue) [Nothing's Good Enough] (1994/Nices)
42 신촌블루스 [신촌 Blues] (1988/지구레코드)
43 동물원 [두 번째 노래모음] (1988/서울음반)
44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 (1984/서라벌레코드)
45 신촌블루스 [신촌블루스 Ⅱ] (1989/서라벌레코드)
46 조동익 [동경] (1994/킹레코드)
47 마이 앤트 매리(My Aunt Mary) [Just Pop] (2004/Fresh Entertainment)
48 송골매 [송골매 2] (1982/지구레코드)
49 루시드 폴(Lucid Fall) [Lucid Fall] (2000/라디오뮤직)
50 이문세 [이문세5] (1988/킹레코드)
50 삐삐밴드 [문화혁명] (1995/디지탈미디어)
52 부활 [부활 Ⅱ: Remember] (1987/서울음반)
53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를 찾는 사람들 2] (1989/서울음반)
54 봄여름가을겨울 [2집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1989/동아기획)
55 다섯손가락 [다섯손가락] (1985/서울음반)
56 정태춘 [시인의 마을] (1978/서라벌레코드)
57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III] (1994/반도음반)
58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1993/서울음반)
59 못(MOT) [Non-Liner] (2004/Bounce)
60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Sound Renovates A Structure] (2003/Omnione)
61 김수철 [김수철 1집] (1983/신세계음향)
62 장필순 [Soony6] (2002/하나뮤직)
63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삶의문화)
64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18일의 수요일] (1998/강아지문화예술)
65 DJ DOC [The Life... DOC Blues] (2000/디지털미디어)
66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일상다반사] (2000/Cream)
67 양희은 [양희은 고운노래 모음] (1971/유니버샬레코드)
68 언니네 이발관 [후일담] (1999/석기시대)
69 김두수 [자유혼] (2002/Riverman Music)
69 미선이 [Drifting] (1998/라디오뮤직)
71 패닉(Panic) [Panic] (1995/신촌뮤직)
72 V.A. [우리 노래 전시회] (1984/서라벌레코드)
73 산울림 [산울림 3집] (1978/서라벌레코드)
74 김광석 [김광석 네번째] (1994/킹레코드)
75 크래쉬(Crash) [Endless Supply Of Pain] (1994/Metal Force)
76 조용필 [조용필 7집] (1985/지구레코드)
77 DJ 소울스케이프(SoulScape) [180g Beats] (2000/MP)
78 안치환 [안치환 4집] (1995/킹레코드)
79 강산에 [강산에 Vol.0] (1992/킹레코드)
80 정태춘 [아, 대한민국…] (1990/삶의문화)
81 가리온(Garion) [Garion] (2004/Ales Music)
82 한대수 [무한대] (1989/신세계음향)
83 이정선 [30대] (1985/한국음반)
84 듀스(Deux) [Deuxism] (1993/지구레코드)
85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올랭피오의 별] (2004/Sha label)
86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2003/플럭서스뮤직)
87 이장혁 [이장혁 Vol.1] (2004/12Monkeys)
88 빛과 소금 [빛과 소금 Vol.1] (1990/동아기획)
89 패닉(Panic) [밑] (1996/신촌뮤직)
90 두 번째 달 [두 번째 달] (2005/Triangle)
91 양희은 [1991] (1991/킹레코드)
91 클래지콰이 프로젝트(Clazziquai Project) [Instant Pig] (2004/플럭서스뮤직)
93 강산에 [나는 사춘기] (1994/킹레코드)
93 이소라 [눈썹달] (2004/T-Entertainment)
95 전인권 [전인권] (1988/동아기획)
96 시나위 [Down And Up] (1987/오아시스레코드)
97 W [Where The Story Ends] (2005/플럭서스뮤직)
98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Brown Eyes] (2001/갑엔터테인먼트)
99 이상은 [외롭고 웃긴 가게] (1997/킹레코드)
100 동서남북 [아주 오래된 기억과의 조우] (1988/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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